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아플 것을 상정해두고 생활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셨으니 얼마나 당황하셨을까요. 회사의 업무 결정을 하고 성과와 실적을 올려야 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으시다면 더욱 고민이 많으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지난주 저는 일본에서 서른아홉 살에 인지증에 걸린 당사자 강연회에 다녀왔습니다. 단노 도모후미 선생은 인지증 진단을 받을 당시 도요타 자동차 직원이었다고 해요. 일본은 치매라는 단어가 좋지 않은 표현이라 2004년부터 인지증으로 명칭을 바꿨다고 하는데 언어는 우리가 질병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단노 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인지증이라고 하면 흔히 증상이 중증에 이른 사람만 떠올리죠? 그런데 중증까지 간 경우보다 초기와 중기가 더 많아요. 인지증 전체 이미지가 잘못돼 있어요. ‘환자’ 대신 ‘당사자’라는 말을 쓰기를 원해요. 환자라고 하면 중증까지 진행된 경우만으로 보기 쉬워서 그래요.”
w씨, w씨는 환자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살아오신 삶을 사랑해 왔듯이 현재의 삶도 사랑하셔야 합니다. 단노씨가 인지증 진단을 받고 도요타 자동차에 사표를 냈으나 회사는 담당부서를 이동시켰을 뿐 사표를 반려 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도요타 기업이 초기 인지증 당사자 직원의 직업을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사회 인식을 바꾸는 ‘직업 강사’로 단노씨를 고용했다는 사실입니다.
w씨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얼마나 혼란스러우셨을지 저는 솔직히 다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예를 단노 씨에게 직접 질문한 답변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초기 인지증 진단을 받은 당사자와 상담을 할 때 매뉴얼이 있습니까?” 하고 질문했더니 매뉴얼보다는 가장 첫 질문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함께 온 가족과 별도로 개인 면담을 하면서 이렇게 묻는다고 합니다.
“무엇이 하고 싶으세요?” 라고.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질문이지 않습니까? 인지증 당사자에게 부정적이고 우울한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무엇이 하고 싶은지부터 묻는다면 삶은 정말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부터 묻는다면 w씨는 무엇이 하고 싶으세요?
무엇부터 하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셨나요? 지금부터 그 리스트를 짜서 하나 씩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한 가지 덧붙이면 이런 돌봄 내용도 있다고 합니다.
가족끼리만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고 지역에서 어떤 환경을 만들 수 있는지 인지증 당사자 모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지역에서 인지증 당사자 모임을 만들어주시면 어떨까요? 인지증 당사자의 목소리를 내주시면 앞으로는 후배 당사자 분들이 혼자 두려움 속에서 일찌감치 신변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사회의 도움을 받고 가능한 자신이 몸담고 있던 직장에서 업무를 계속할 수 있는 배려와 용기를 주도록 말입니다.
국가가 정책을 만들 때 처음부터 당사자의 목소리를 포함시킬 수 있도록 w씨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