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대중서 저자와 경제학자. 둘 중 한 명을 골라 재테크 조언을 들어야 한다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까?
예를 들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재테크 책을 쓴 로버트 기요사키. 군사학교 출신에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인 그는 사업을 두 번이나 말아먹은 실전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다. 너도나도 가난한 아빠(엄마) 보다는 부자 아빠(엄마)가 되기 위해 그의 책을 집어 들었고, 전 세계적으로 4천만부 이상을 팔아 재테크 분야 스타가 됐다.
미국 유명 라디오 호스트 데이브 램지 역시 비슷하다. 사업에 실패하고 재기를 위해 동네 교회에서부터 시작한 재테크 조언이 그를 성공으로 이끈 본업이 되었다. 그는 본인이 쓴 재테크 책 ‘돈의 속성’(원서명은 Total Money Makeover)을 150만 부 이상 팔아 치웠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항상 높은 저축률을 강조하는 데이브 램지의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 대비 가계지출을 최소 5.4% 이상 줄인다고 한다.
그리고 이 분야를 한평생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 있다.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들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기요사키나 램지와 같은 대중적인 영향력은 부족할 수 있지만, 이 둘은 엄두도 못 내는 어려운 수학을 사용하여 최적의 소비, 저축률을 계산하고 어떻게 투자를 하면 좋을지 복잡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려 분석한다.
돈에 이름표를 붙여라!
누구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2022년 예일 대학교 경영대학의 재무금융 교수 제임스 최가 이와 관련하여 재밌는 논문을 썼다. 가장 권위있는 경제학술지 중 하나인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JEP)에 게재했다.(유명한 행동경제학자이기도 한 그는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교수이기도 하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알고 있다.) 인기있는 재테크 도서 저자들과 경제학자들의 조언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이 연구를 위해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재테크 책을 자그마치 50권의 직접 사서 읽었다.
결과적으로 두 집단의 재테크 조언에는 상당 부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저축부터 살펴보자. 우선 경제학자들의 조언에 따르면 소득이 적은 젊을 때는 저축을 적게 하거나 거의 하지 않고 중년기에 많은 저축을 하라고 한다. 각 나이에 지출하는 금액이 평생에 걸쳐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바람직하게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각해보면 크게 들쭉날쭉하는 소비행태에서 큰 만족감을 느끼는 개인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이에 반해, 유명 저자들의 조언은 인정사정없다. 우리가 일정하게 해야 할 것은 소비 금액이 아니라 저축률이라는 것이다. 한국에는 아직 번역서가 없는 ‘The Wealthy Barber Returns(돌아온 부유한 이발사)’의 저자 데이비드 칠튼은 경제학자들의 그런 조언에 주의를 기울이지 말라고 대놓고 이야기 한다. 사람이란 저축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스위치 켜지듯 저축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바뀌는 게 아니고,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인해 저축보다는 지출을 일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많은 재테크 저자들은 (어쩌면 경제학자들이 부족한) 단순함을 강조한다. 50권 중 21권의 책에서 ‘연령에 상관없이 일정한 저축률’을 추천한다. 소득의 10에서 15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저축하라고 권하며 몇 권의 책에서는 20퍼센트 이상을 조언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