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의 벽 앞에서 돌아보니 후회되는 것들
👉 글 : 김웅철 / 前 매일경제 도쿄특파원, 지방자치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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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오십대 후반으로 범(汎) 베이비붐 세대에 속한다. 20년 넘게 대기업에서 일하다 지금은 조그만 회사 월급쟁이 대표로 일하고 있다.
모두 대기업 임원으로, 소위 잘 나가던 대학 동기 3명과 친목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지난해 말 즈음 그 모임에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했다.
S그룹 계열사 상무와 H그룹 부사장, 2명의 멤버가 작년 연말 인사에서 느닷없는 해임 통지를 받은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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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후 반년 만인 최근 4명이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예상대로 현역 배지를 빼앗긴 두 명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매일 출근하던 사무실과 회사 일이 하루아침에 없어진 사태가 아직 현실로 다가오지 않은 듯 했다.
보통의 직장인 은퇴자들이 느끼는 걱정거리와 함께 두 명의 친구는 고민이 하나 더 있었다. 해임 후 몇 개월 동안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으나 그 때마다 ‘대기업 임원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걸림돌이 되더라는 것이다. 주어지는 일자리의 범위에도, 받아들일 수 있는 처우에도 기업 임원의 이력은 높은 장벽이었다고 털어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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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약 20년 앞서 베이비부머의 대량 은퇴를 경험한 일본에서도 직장인들의 은퇴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였다. 2007년부터 시작된 ‘단카이(団塊) 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부머의 퇴직 물결이 거세지면서 현지 매스컴은 이들의 성공적 은퇴 생활을 위한 다양한 조언들을 쏟아냈다. 특히 기업 임원을 포함한 ‘회사 인간’들의 직장과의 절연 사태에 대해 걱정과 함께 대안을 제시했다.
일본의 유명 경제 주간지 《주간 다이아몬드》가 당시 소개한 ‘재취업 가능성 체크리스트’는 이와 관련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리스트에는 재취업에 걸림돌이 되는 항목 15개가 제시 되는데, 그 첫 번째가 ‘대기업 임원 출신’이다. 현역 시절의 능력과 탄탄한 사회적 네트워크 같은 ‘눈부신 과거’가 퇴직 후 재취업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재취업을 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연봉이 줄어들거나 사회적 위상이 낮아지는데, 대기업 임원 등을 지낸 사람들은 이 같은 현실을 감내하기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재취업 걸림돌 리스트에는 ‘자존심이 센 편이다’, ‘잘 타협하지 않는다’, ‘연봉 감소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주요 항목으로 제시되는데, 자존심이 세거나 완고한 성격을 가진, 다시 말해 사회적 유연성이 부족한 퇴직자들도 재취업 가능성이 낮은 쪽으로 분류됐다.
재취업 시장에서는 나이 어린 후배에게 지도를 받아야 하고, 나와 다른 의견이나 생각과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대기업 임원에게 재취업 시장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니어들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일본의 인재파견 기업 ‘마이스터 60’이 제시한 ‘유용한 시니어’와 ‘외면당하는 시니어’의 분류법이 흥미롭다. 마이스터 60은 60세 이상 등록 회원을 시설관리나 경리총무, 임원후보 등 폭넓은 업종에 파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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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터 60이 제시하고 있는 재취업에 외면당하는 시니어 중 으뜸 유형은 ‘자존심이 강하고 겸손하지 못한 사람’이다. 재취업을 하면 이전보다 사회적 위상이 낮아지는데, 자존심을 너무 앞세우는 사람은 이 같은 현실을 감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과거에 몸담았던 직장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려 들거나, 과거의 지위나 인맥에 얽매이는 행태도 재취업 시장에서는 ‘레드카드’다. ‘역할이나 직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 ‘기술과 지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 ‘건강이 좋지 않은 이’들은 외면당하는 시니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재취업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유형은 전문성과 실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풍부한 지식과 경험의 소유자도 시니어 채용 1순위에 해당한다. 이런 능력과 함께 밝은 성격, 넘치는 활기, 균형 감각, 사고의 유연성 등이 ‘유용한 시니어’의 덕목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역할을 눈치 빠르게 인지하고, 젊은 경영자와도 대화가 가능한 유연한 감각을 갖는 것 또한 재취업의 주요 성공 포인트라고 ‘마이스터 60’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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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출신 은퇴자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일본의 유력 경제주간지 《프레지던트》는 은퇴 생활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조사를 하고 있는데, 2년 전, 60대 남녀 퇴직자 약 1200명을 대상으로 “지금 가장 불만스러운 것, 가장 후회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돈, 개인생활, 건강, 일 4가지 분야로 나눠 설문 조사를 했는데, 퇴직할 당시 직책에 따라 답변의 차이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먼저 4가지 분야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역시 ‘돈’이었다. 남녀 은퇴자 모두 돈에 대한 아쉬움을 강하게 드러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 응답자의 돈에 대한 후회가 컸다.
다만 현역 시절의 직급별로 보면 계장, 주임급 등 퇴직 당시 낮은 직급의 은퇴자들은 돈에 대한 후회가 많은 데 비해, 경영층과 임원급들은 돈도 건강도 아닌 ‘개인 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여기서 개인 생활은 취미, 가족과의 관계 등을 가리킨다.
경영층과 임원은 연봉이 높아 금전적인 측면에서 후회는 별로 없지만, 현역시절 일에 쫓겨 개인 생활에 충실할 여유가 없을 수밖에 없고, 특히 가족과의 친밀도가 다른 직급에 비해 낮은 경향이 있다고 《프레지던트》는 분석했다. 또 “친한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기업의 임원들은 은퇴한 순간 외로운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이 잡지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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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생활에 대한 후회 내역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둘 걸’, ‘평생 취미를 만들어둘 걸’, ‘회사 이외의 갈 곳을 만들어둘 걸’ ‘자녀들과의 시간을 많이 가질 걸’ 등이다. 흥미로운 것은 직급별로 개인생활에 대한 후회에 차이가 있었는데, 경영층과 임원급에서는 ‘여러 가지 분야를 공부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가장 컸다.
부장 급이 가장 후회하는 항목의 톱은 ‘좀 더 독서를 많이 해둘 걸’이었고 이 밖에 ‘회사 이외의 갈 곳을 마련해 둘 걸’(과장급), ‘평생 취미를 만들어 둘 걸’(계장 주임급), ‘좀 더 독서를 많이 해둘 걸’(사원급) 등이었다.
설문조사 항목 중 ‘일’과 관련해서는 전문성, 기술 연마, 외국어와 자격증 취득에 관한 후회가 상위를 차지했다. 직급별로 보면 임원과 부장 등 고위 관리직은 ‘은퇴 후 해외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외국어 공부를 해두었으면’하는 후회가 많았고, 과장 등 중간 관리직은 주로 ‘은퇴 후 재취업에 필요한 자격을 취득해둘 걸’하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반 사원 급은 ‘차라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았겠다’는 후회를 많이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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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부터 인간관계는 ‘은퇴형’으로
그럼 개인 생활 부문에서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퇴직 전에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일본 은퇴 전문가들은 먼저 50세부터 인간관계를 ‘은퇴형’으로 바꾸라고 조언한다. 구체적인 방안의 하나가 ‘지역 데뷔(입문)’다. 현역 시절부터 지역 내 인간관계에 기반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퇴직을 하더라도 인간관계에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 지역 데뷔 방법은 구청, 지역 도서관 홈페이지나 지역 정보지 등을 통해 지역 활동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면 좋다. 현역에 있을 때 미리 이 같은 지역 봉사 활동이나 취미 동호회 같은 모임에 참여해 ‘은퇴 후 인간관계’를 만들어 두라는 것이다.
은퇴 후에는 부부 생활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일본 세키스이(積水) 화학공업 주택컴퍼니 조사연구기관인 ‘주거환경연구소’가 5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은퇴 후 부부 일상생활’에 대한 의식 조사를 했다. 결과는 은퇴 이후 생활에 대한 부부간 동상이몽이 여실히 드러났다.
‘개인 시간은 은퇴 후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남성은 52%였는데 여성은 무려 74%로 상당히 높았다. 반면 ‘취미 등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남편은 23%였지만, 부인 쪽은 그 절반 수준인 12%에 그쳤다.
어느 한쪽만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사소한 사고방식의 차이에서부터 서로 의식의 간격을 메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일본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일본의 은퇴 선배들은 퇴직을 앞두고 최소한 5년 전부터 다섯 개의 통장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일상을 즐길 수 있도록 '취미를 저축'하고,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교양(지식)을 저축'하고,
'건강의 저축'은 필수며,
노후가 외롭지 않도록 '친구를 저축'하고,
품위를 잃지 않도록 '돈을 저축'하라는 것이다.
이웃 나라 '은퇴 선배'들의 조언을 되새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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