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치매를 악화시키는 것은
기억이란 것은 과거의 일을 뇌에 차곡차고 쌓아 놓는게 아니다. 현재의 뇌의 활동이다. 그 활동은 오래전에 일어난 일을 끄집어내는 활동일 수도 있고 새로 무언가를 저장해야 하는 일일 수도 있다. 이런 뇌의 활동은 항상 오류가 있다. 새로운 것을 저장해야 하는 일은 주의집중 능력이 필요하다.
개인의 경험이나 믿음과도 관련이 있다. 그런데 맥락이 있는 것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의미도 없는 개념인 숫자의 조합을 외우는 것은 뇌로서는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기억은 쉽게 쇠퇴하는 능력이다.
청년은 실수를 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아도 환경탓을 하지 나이탓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인의 경우는 인지 과제에 어떤 실수나 변화도 나이탓을 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데 의사가 인지검사 점수가 나쁘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이제 퇴화될 일만 남았구나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데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사회활동을 피하게 된다.
주변에서 가족들도 치매환자 취급을 하면서 독립적인 생활을 못하는 돌봄의 대상이라고만 생각한다. 신체활동이 줄어들면 당연히 인지기능이 떨어진다. 나의 믿음과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나의 행동을 변화시켜서 결국 자기 실현적 예언이 되는 것이다.
뇌 손상 있어도 치매 증상 없이 살 수도 있어
치매 연구에서 랜드마크가 되는 가장 중요한 연구로 1986년에 David Snowdon 박사가 시작한 수녀 연구(The Nun Study)가 있다. 이 알츠하이머 치매 연구에 참여할 것을 동의한 678명의 수녀들을 모두 75세 이상이었는데, 그들은 남은 생애를 통하여 정기적으로 행동검사 및 인지검사에 참여하도록 약속하였다. 실제로 사후에 뇌를 연구에 기증하여 치매연구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분들로 기억될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수녀님들은 전반적으로 오래 생존하신 분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삶 자체가 건강할 수밖에 없는 삶이었다. 술이나 담배를 했을 리도 없고, 게으르게 살지도 않거니와, 특히 봉사가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연구는 치매가 한 가지 요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어떤 수녀님의 경우, 전혀 치매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85세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는데, 그분은 생전에 시행한 인지검사에서도 꽤 높은 점수의 결과를 보일 정도로 인지능력이 양호한 분이었다. 그런데 막상 사후에 수녀님의 기증된 뇌를 검사해보니 상당히 진척된 치매성 뇌신경 손상이 발견되었다.
그런가 하면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심한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을 보인 뒤 돌아가신 수녀님도 있었는데, 그의 사후에 이뤄진 뇌 부검에서는 미미한 손상 정도만 발견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