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돈도 돈이지만, 친구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모임에서 만난 40대 회사원 A씨가 말했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최근에 일을 그만두신 아버지 때문이라고 한다. A씨의 아버지는 지방 도시에서 조그만 회사를 운영하다가 최근에 사업 부진을 겪으면서 사업체를 완전히 정리했다.
자녀들은 평생 애쓰신 아버지를 위해 ‘은퇴식’도 열어드리고 이제부터는 돈 걱정하지 말고 친구들하고 놀러 다니면서 마음 편히 지내시라는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다행히 아버지가 건강도 좋은 편이라 평소에 좋아하는 친구들 만나면서 노년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을 거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퇴직 직후 A씨 아버지의 일상은 기대와 달랐다. 무엇보다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동안 많이 피곤하셨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친구 만나는 걸 그렇게 좋아하던 아버지가 친구들을 통 만나지 않는 것이었다. 친구들이 ‘점심 먹자’는 전화를 해와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거절하기 일쑤였다.
가족들은 ‘아버지가 우울증에 걸리셨나, 혹시 치매 초기?’ 라며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A씨의 어머니가 ‘왜 친구들을 만나지 않나? 아침에도 점심 같이 먹자는 전화가 오지 않았나? 왜 나가지 않나?’라고 따져 물었다. 묵묵부답이던 아버지가 힘들게 한마디 했다.
“이제는 친구들한테 점심 살 형편도 못 되니까 나가고 싶지 않다... 친구들한테 이런 모습 보이기 싫다.”
A씨의 어머니가 ‘그동안 당신이 점심을 샀으니까 이제는 친구들이 살 수도 있고, 아니면 ‘n분의 1’을 해도 되지 않나? 요즘엔 다 그렇게 한다.’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A씨 아버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A씨의 어머니는 당신까지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결국 어머니와 자녀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했다.
삼남매가 돌아가면서 아버지에게 ‘친구들과 식사하세요.’라며 용돈을 보내드리고, 어머니가 계속 설득하고, 때마침 아버지 친구분들도 ‘점심 간단히 먹고, 산책하자.’라며 집까지 찾아와 채근하면서 최근에야 아버지가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참 다행이네요. 아버지가 많이 좋아지셨겠네요?”
나의 물음에 A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 다시 젊어지셨어요. 무엇보다 한동안 웃지도 않고 무표정하던 아버지가 잘 웃으시는 걸 보면서 신기했어요... 사람이 혼자서는 웃을 수가 없구나, 친구를 만나야 웃게 되는구나, 새삼 느꼈죠. 친구가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