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살아보니 ‘너 없어도,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말은 엄청 위험한 말이다.
이 세상에 너 없이 잘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친구 없이 행복하기도 힘든 일이다.
일전에 상당한 부자로 알려져 있는 지인이 자기는 친구가 없어서 외롭고 행복하지 못하다는 하소연을 들었을 때,
'기쁨을 나눌 친구 하나 없다면 돈과 성공이 무슨 의미일까?' 생각한 적도 있다.
<나는 걷는다>라는 책으로 유명한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이야기도 유명하다.
예순이 되기 전, 올리비에는 30년간의 기자 생활을 끝내기 직전에 심각한 정도의
우울감에 빠졌고, 모든 걸 끝내버리자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우울감의 원인은 아내와 어머니의 죽음, 직장에서의 해고 등이었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사라질 날짜까지 잡고 죽음을 준비하고 있던 그에게
어느 날 먼 곳에서 살고 있던 조카가 전화를 걸어왔다.
“삼촌, 저랑 마르크랑 마갈리, 다 같이 삼촌 댁에서 연말을 보내고 싶은데, 우리 재워주실 수 있으세요?”
어찌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이 전화 한 통이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조카의 전화를 받은 후의 심정에 대해 올리비에는 이렇게 썼다.
“전화를 끊고 나자, 어둠은 한층 물러나 있었다.
난 아직도 무언가에 쓸모가 있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존재한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난 폐허처럼 엉망이 된 아파트의 가련한 꼬락서니를 돌아보았다.
이런 창고에서 그 아이들을 맞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밤을 새워가며 흙더미를 치우고, 벽을 새로 바르고, 도배하고, 장판을 깔았다.
크리스마스가 되자,
내 작은 숙소는 제법 보여줄 만한 상태가 되었고, 자살 충동도 사라져버렸다.”
그는 2년이 지난 후에야, 그저 지나가는 농담처럼 조카에게 고백했다고 한다.
조카의 전화 한 통이 본의 아니게 자신을 삶에 붙들어두었노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