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부부가 ‘별거’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단톡방이 갑자기 시끌시끌해졌다.
아니, 사이가 좋은 줄 알았는데, 갑자기 왜?
졸혼인가?
아니면 설마... 황혼이혼의 전 단계?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니 반전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A씨 부부는 각자 평생 숙원이었던 자기 공간을 가지기 위해 그동안 살던 아파트를 팔고,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작은 오피스텔 두 개를 샀다고 한다. 아내 A씨는 저층에 있는 오피스텔을 자기만의 취향으로 꾸몄고, 남편은 남편대로 맨 꼭대기층에 있는 오피스텔을 음악실로 꾸몄다. 밥을 먹을 때는 주로 아래층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만나지만, 의논할 일이 있거나 할 때는 그때그때 카톡으로 확인하고 둘 중의 한 곳에서 만난다고 한다.
남편 B씨가 맨 꼭대기층을 선택한 이유는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크게 틀어놓고 즐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가 말했다.
“남은 인생을 음악애호가로 행복하게 살려고요. 평생 식구들 부양하느라 내가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할 수 없었거든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싶어도 식구들 눈치 보랴, 아래 윗 층 신경쓰랴, 항상 불편했어요.”
A씨도 자기만의 편안한 공간을 갖고 싶었다고 한다. 지난 30년간 집과 직장을 오가며 정신없이 살면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게 평생 소원이었다고 한다.은퇴하고 아이들마저 독립했을 때 이제야 자기 삶을 살 수 있으려나 기대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은퇴한 남편이 온 집안을 다 어질러 놓고, 작은 일에 자꾸 부딪히는 걸 경험하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조용히 책이라도 보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하기 위해 작은 오피스텔을 얻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아내 A씨가 오피스텔을 얻겠다는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남편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도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여러 가지 의논을 거듭한 끝에 이들 부부는 아래와 같이 합의했다고 한다.
‘결혼생활은 유지하되
각자가 원하는 삶을
독립적으로, 눈치 안 보고, 마음껏 살아보자.
그러기 위해 우선 공간부터 나누자’
문제는 두 개의 오피스텔을 살 수 있는 돈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살던 30평대 아파트를 팔았다고 한다. 마침 부동산 시세가 좋았던 시기여서 오피스텔 두 개를 사고도 약간의 여윳돈을 남길 수 있었다. A씨는 이 돈은 저축해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공간을 합치거나 실버타운에 들어가거나 혹은 누가 아프거나 할 때 쓸 생각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