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에는 모이면 자식들 얘기로 꽃을 피웠는데, 나이들면서는 부모님 이야기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부모님이 낙상을 하시는 바람에 요양병원을 알아보느라 정신없었던 이야기, 새벽에 호출을 받고 응급실로 달려간 이야기, 치매가 있으신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로 형제들이 옥신각신한 이야기까지. 이때 이박사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흐른다.
“...자네 모친은 어떠신가? 지금 90세도 넘으셨지? 혼자서 생활하셔도 괜찮은가?”
집안 사정을 잘 아는 친구가 물어온다.
“아, 우리 어머니가 올해 만으로 92세이시지. 얼마 전에 책을 한 권 번역하셨다네. 번역하느라 고생하셔서 요즘 허리가 안 좋으시다고 하네.”
입이 벌어진 동창들 사이에서 그는 ‘우리 아이가 반에서 일등 했어’라는 표정이다.
이 일을 전해 들은 나는 그의 어머니를 취재해 보기로 작정했다. 나이가 들면 자꾸 단어가 혀끝에서만 맴돌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인데, 90대에 번역을 했다니... 말로만 듣던 슈퍼에이저(Super-Ager, 평균적인 노인들에 비해 수 십 년 정도 뇌의 노화가 느린 사람)를 만나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