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왜 좋은가? 몰두할 대상이 있어서? 어려우니까?
하나 하나 힘든 문제를 풀어가다 보면 어느 새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공부를 하는 것은 가족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자식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다가, 아예 모범을 보이겠다며 시작한 경우도 있다. 확실히 나이들어서 하는 공부는 동기도 다르고, 공부하는 즐거움도 다르다.
내가 묻고 내가 답하는 과정을 통해서 점점 더 높이 오르고 점점 더 넓게 바라보게 된다. 더 많이 읽을수록 더 많이 알게 될 것이고, 더 많이 알수록 더 많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헨리 포드는 ‘누구든지 배움을 멈추는 사람은 늙은이’라고 말했다. 그 사람이 스무 살이든, 여든이든 중단없이 배우고 익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젊다.
그래도, 석사, 박사학위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다. 평생 일하고 평생 공부해야 하는 100세 시대에 학위를 받기에 좋은 나이란 없다. 그렇다고 쉬운 일은 아니다. 눈이 침침해서 오래 책을 읽기 힘들다. 집중력이 떨어져 읽은 부분을 읽고 또 읽는다. 젊은 사람들처럼 컴퓨터를 잘 하지 못하니, 무엇을 하더라도 비교되고 어렵다. 나보다 나이 어린 교수들에게 배우면서 민망하거나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고생을 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진다.
박사학위를 땄다고 지금 일하는 직장에서 월급을 올려줄 것도 아니고, 늦은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강의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학위를 시작했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고, 수료만 하고 논문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칼을 뽑았으면 두부라도 잘라야 하는 터. 끝장을 볼 수 있도록 시작하기 전에 시간과 돈, 공부할 체력, 인내심 등을 확인해봐야 한다.
또 아무리 공부하는 즐거움이 크다고 해도, 투자한 만큼 무엇을 얻을 것인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 늦게 공부를 시작할수록 목표와 진로 설계가 더 필요하다.
우선, 일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획득하기 위해 학위를 따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경우 지원 자격에 석박사 학위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내가 현장에서 오래 일해 실전경험이 많다 하더라도, 인간문화재급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학위가 없으면 그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위가 있어서 큰 득을 못 볼지는 몰라도 학위가 없어서 감점이 되는 경우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나는 논문심사를 받으면서 학위라는 것은 업계에서 인정해주는 라이센스라는 사실을 거듭 실감했다. 쉽게 따는 것이라면 라이센스의 가치가 떨어진다. 수 백 편의 논문을 읽고, 정리하면서 이론의 체계를 잡을 수 있어야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세월 속에 갇혀 있는 이론의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글과 말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글을 쓰는 것도 어려운데, 오자와 마침표에까지 목숨 걸어야 하는 이유도 배워야 한다. 누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자기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학위를 따는 경우라면, 되도록 논문까지 작성할 것을 권한다.
지식이 많다고 해서 체계적인 학습을 하는 것은 아니다.
윌리엄 예이츠는 배움이란 양동이에 물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을 피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진정한 앎이란 지식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는 것이란 표현인데, 논문을 작성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내 정치 못하고 윗사람들에게 어필 못 하는 사람들은 자기 실력을 성실하게 증명하는 방법으로 학위를 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