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경찰서 권종호 경위가 들려준 이야기다.
권 경위는 지난 2월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냈다. ‘현직 경찰관의 눈으로 바라본 고독사 현장’이라고 부제를 달았다.
이 책 프롤로그에서 그는 “고독사의 피의자는 대한민국 바로 우리 사회”라고 주장했다.
“변사 사건이 발생하면 저 같은 형사가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고독사 현장엔 패턴이 있어요. 많은 게 세 가지, 없는 것이 세 가지죠.
3多 - 술병, 외로움, 빈곤(3多)
3無 - 가족(보호자, 친구), 돈, 희망
또 몇백 번 현장을 찾은 후 내린 결론인데 고독사한 노인의 99%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은 분들이에요. 구청 사회복지과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위주로 관리를 하기 때문이죠. 어찌 보면 세금을 더 잘 내는 분들인데 국가가 보호를 못하는 겁니다.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어느 분은 자식이 대학교수와 의사였지만 연을 끊고 살다 고독사를 했는데 재산도 있고 연금도 나왔어요. 경제력이 있다고 고독사에서 자유로운 게 아닙니다.”
그는 “고독사는 복지사회의 그림자” 라고 덧붙였다.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도 사회복지에서 소외된 채 고독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독사 고위험군 중엔 재산이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내가 죽으면 내 집을 팔아 치매에 걸린 아내가 시설에 들어가 생활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분도 있어요.”
고독사는 독거 중에 가족·이웃과 단절된 채 세상을 등지는 죽음이다.
임종하는 사람이 없음은 물론이다.
대부분 병사이지만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청년 고독사는 대부분 자살이다.
어쨌거나 이렇게 주변과 단절된 상태에서 사망한 후 72시간이 지나면 고독사로 본다고 그는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기준도 사망 후 72시간입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세상을 떠난 지 사흘이면 고인의 혼백이 떠난다고 생각했고, 삼일장을 지내는 오랜 관습도 있죠.”
그가 근무하는 부산시는 그러나 고독사의 기준을 ‘사회적으로 고립돼 살다가 숨진 지 3일 이후에 발견된 1인 가구’라고 정했다. 과거에 없던 사회적 고립 여부를 고독사 기준에 추가한 것이다. 문제는 고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었다는 판단의 근거다. 이런 판단의 준거가 되는 명확한 업무 지침도 없다.
“구청의 담당 공무원이 고독사 현장에 직접 나와 보지도 않는데 어떻게 당사자가 고립돼 있었다고 판단을 합니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독사 사례 자체는 늘어나는데 통계상으로는 오히려 고독사가 줄어들고 있어요. 의도를 떠나 지자체 입장에 맞는 쪽으로 통계가 왜곡되고 있는 거죠. 제대로 된 통계가 있어야 맞춤형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어요.”
그는 자신의 책에 A시가 발표한 2017년~2021년 고독사 발생 건수와 같은 기간 복지부가 발표한 A시 고독사 건수를 제시했다. A시가 발표한 건수는 5년 동안 40건에서 14건으로 줄었다. 반면 복지부 집계 발생 건수는 219건에서 329건으로 늘어났다. 2021년 지자체 집계 발생 건수는 복지부 통계의 불과 4% 남짓이다.
“고독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겁니다. 빨리 기준을 확립하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대처해야 합니다. 지자체 담당자에 따라 고독사를 사후 5일, 심지어 7일로 보기도 해요. 공무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거죠. 집값 하락, 나쁜 소문 등을 우려해 집주인도, 가족도 신고하지 않아 아예 파악도 안 되는 고독사도 있어요.”
복지부 고독사 통계에 따르면 남성 고독사 사망자가 여성보다 4배 이상 많다. 2021년엔 5.3배나 됐다. 50~60대 남성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