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 글(퇴직 후 로망 저도 자연인 가능한가요?)에서 자연인 이야기를 했더니, 칼럼 담당자가 필자의 실제 귀농 경험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그리 모범적인 사례는 아니지만, 귀농을 꿈꾸는 은퇴자나 은퇴 예정자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될 것 같아서 내 지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우선 귀농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용어의 개념 정립이다.
귀농이 요즘 대세이다 보니 너도나도 ‘은퇴하고 나서는 시골로 가서 농사나 짓고 살지 뭐’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게 하면 후환이라고 표현하기엔 좀 그렇지만 시간이 흐른 뒤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보면 내가 사는 동네에 나보다 늦게 귀농한 은퇴자 형님이 한 분 있는데, 60에 우리 마을로 내려왔다. 그런데 농사에 대한 의욕이 강해서 땅을 약 2천 평 가까이 사서 전원주택도 멋지게 짓고 각종 농사도 알차게 지으며 살았다. 절대 농지에는 집을 지을 수 없지만, 농업인이라는 증명서인 농지 원부가 있으면, 2백 평 정도의 농지를 대지로 전용해서 집을 지을 수 있으므로 이 형님의 경우 대략 나머지 천 팔백 평 정도를 농사지으면 살아온 것이다.
성격이 치밀해서 농사도 아주 알차게 지었기 때문에 주변의 칭찬이 자자했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됐다. 즉 지나치게 농사일에 몰두하다 보니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허리가 많이 상해서 병원 출입을 밥 먹듯 하며 아주 괴로워한다. 그래서 농사를 작파하고 다시 도시나 읍내로 나간다고 몇 해 전부터 땅을 내놓았는데 생각처럼 쉬이 팔리지 않고 있다. 자식들보고 너희들이 맡아서 주말농장처럼 틈틈이 농사지으라고 했더니 ‘우리가 쥐약 먹었나요’라며 외면한다.
상당한 돈을 들여서 땅을 사고 집을 지었으며 그동안 들인 공이 있으니 내팽개치고 나갈 수도 없어서 날마다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고민 중인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바로 귀농이라는 용어의 모호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호성이라는 게 무슨 말인가 하면 귀농(歸農)이라는 낱말은 ‘농사로 돌아간다’와 ‘농촌으로 돌아간다’라는 두 가지 뜻이 혼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류가 생기는데 이를 방지하려면 농촌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정확하게 ‘귀촌(歸村)‘이라 표현해야 한다.
그러면 귀촌의 경우, 시골로 가서 사는 게 목표이므로 농사에 방점을 두지 않으며, 그 형님도 귀촌이 목표였으므로 농지를 과다하게 살 필요가 없었다. 혹시 독자 중에 ’아, 땅은 다른 사람한테 임대주면 될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잘못이다. 왜냐면 문제는 땅이 아니라 그동안 망가진 몸이기 때문이다.
대략 은퇴자들은 농사로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므로 이 점을 잘 생각하라고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