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금 나의 관심은? 당연히 70세 인턴이다.
대기업 부사장으로 일하다가 은퇴했고 부인과 사별한 밴 휘테커는 골프, 화초 가꾸기, 중국어 배우기 등에 도전하지만 어느 것에서도 기쁨을 느끼지 못하다가 시니어 인턴 선발프로그램을 통해 일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인턴으로서의 그의 모습과 활동에 대해서 영화는 긍정적인 면을 많이 부각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모습, CEO를 포함한 젊은 직원들에게 업무뿐 아니라 인생에 대해 조언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진심으로 상담해주는 내용이 그러하다.
현실판 '시니어 인턴'을 만나다
내가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얼마 전에, ‘시니어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A씨를 직접 만났기 때문이다. A씨와의 대화는 영화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나도 모르게 A씨를 영화 속의 밴 휘테커와 비교하고 있었는데, 이런 내 속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것처럼 A씨가 말했다.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과는 많이 다르죠.”
‘어떤 점이 다른가?’라는 나의 질문에 대해 그는 이렇게 반문했다.
“영화에 나오는 시니어 인턴의 모습이나 여러 상황들이 너무 완벽하지 않나요?
현실에도 그런 인턴, 그런 회사가 존재할까요? 그리고 인턴으로 일하는 게 그렇게 훈훈하기만 할까요?”
하기야 로버트 드니로처럼 잘 생기고 멋있는 데다가 공감 능력까지 뛰어난 시니어 인턴도 드물겠지만, 무엇보다 시니어 인턴에게 그렇게 호의적이고 친절한 회사나 CEO, 동료를 만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A씨가 시니어 인턴으로 일하게 된 배경은 영화와 유사한 면이 있었다.
그도 밴 휘테커처럼 한때는 꽤 잘나가는 회사 임원이었고, 그래서 은퇴해도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낙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은퇴자 생활이 6개월도 지나기 전에 일대 혼란이 왔다고 한다. 친구 만나는 것도 꺼려질 정도로 돈과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이 심해졌고, 더 심각한 건 그동안 힘들게 쌓아 올린 자신감과 자존감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하루 24시간이 그렇게 길고 지루할 줄은 미처 몰랐고, 자신이 그렇게 무력해질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한테 지나치게 집착하고 잔소리를 해대면서 가족 간의 불화만 심해졌다.
결국 A씨는 돈도 돈이지만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자신을 받아줄 만한 직장을 탐색한 끝에 사회적 기업 쪽의 일자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고 한다. 그리고 6개월 만에 인턴으로 채용될 수 있었는데,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업무 경력, 외국 현장에서 일해본 경험 등을 인정받은 덕분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