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들이 일하는 진짜 이유는?
일본에서 고령자들이 일하는 광경은 너무나도 흔하다. 거리 곳곳에서 마주치는 편의점에선 80대로 보이는 노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이 상품을 진열하거나 계산하는 모습을 보면, 손놀림이 빠르지는 않다. 그렇지만, 느리면서도 진지하게 일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속도로 조금이라도 세상에 공헌하고 싶다는 생각을 느낄 수 있다. 각종 시설에서 활약 중인 경비원, 관리원 가운데도 고령자가 많다. 철도역 차량 관리, 공공시설 정비 등 업무도 이들 고령자를 빼놓으면 상상하기 어렵다.
이들 고령자들은 왜 나이가 들어도 일하는 것일까. 각자의 모든 사정까지 알 순 없다. 경제적으로 생활하기에 충분한 여유가 있지만,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하루하루 가계에 도움이 되겠다는 목적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금 수령액이 부족해 일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울 만큼 핍박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정년 후 ‘작은 업무’가 일본 경제를 지탱한다
저자 사카모토 다카시(坂本貴志)가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정년 후 ‘작은 업무’를 통해 풍요로운 삶을 성취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일본 사회의 일상 생활 속에 정년 후 일하는 사람들의 ‘작은 업무’가 필요하며, 실제로 이런 업무들이 일본 경제를 버텨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정년 후 사람들을 둘러싼 상황은 각양각색이다. 기업의 관리직이나 고도의 전문직에 취업한 뒤 평생 업무로 계속 성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역 시절 업무를 통해 모은 저축으로 여유 있는 여생을 유유자적 보내는 사람도 있다. 또한, 정반대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젠 다른 형태의 사람도 많이 생겨났다. 정년 후 무리하지 않고, ‘작은 일’을 하면서 매일 조심스럽게 행복한 생활을 하는 평범한 일본인들이다 .
## 정년 후 연 수입은 300만엔 이하 ##
안정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선 경제적 안정이 필수적이다. 일본에서 정년 후 연수입은 어느 정도일까. 일본 국세청 ‘민간 급여실태 통계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급여 소득자의 평균 연수입은 436만4,000엔. 조사 대상은 일본 내에서 일하는 모든 임금 소득자로, 풀타임 정사원과 파트타임 노동자를 포함한다. 임금 소득자의 평균 연수입은 20~24세(263만9,000엔)로부터 올라가기 시작해 피크를 맞는 55~59세에 518만4,000엔이다. 많은 사람들의 임금은 정년을 맞는 60세 이후 큰 폭으로 줄어든다. 평균 연간 임금 소득은 60~64세(410만7,000엔), 65~69세(323만8,000엔), 70세 이후 282만3,000엔으로 떨어진다.
고령자 인구의 증가 및 노동 참가 촉진에 따라 고연령자 가운데 취업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고수입을 벌어들이는 절대 숫자도 점점 증가하고 있으나 정년 후 취업자의 평균 수입은 낮은 수준이이다.
임금, 정년 전 떨어진 뒤 정년 후 또 한 단계 하락
60세 이후 취업자 전체의 연수입 분포를 보면, 60대 전반 평균 수입은 357만 엔이다. 상위 25% 소득은 450만 엔, 수입의 중앙치는 280만 엔이다. 60대 후반의 평균액은 256만 엔까지 떨어진다. 상위 25% 소득은 300만 엔, 중앙치는 180만 엔까지 감소한다. 정년 후 취업 실태를 요약하면, 300만 엔 이하 수입의 사람이 다수로 조사됐다. 정년 후 비취업자인 사람, 다시 말해 수입이 ‘제로(0)’인 사람도 많기 때문에 고령자 전체에서 어느 정도 수입이 있는 사람은 매우 적다는 게 일본 고령자의 실제 현실이다.
소득분포 조사에 따르면 수입의 피크는 정년 직전인 50대 후반이 아니고, 50대 중반이다. 수입 감소의 1차 시기는 50대 후반 찾아온다. 정년을 앞두고 직급 하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많은 기업들이 직급 정년제도를 도입, 이로 인해 임금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직급 정년제도의 실태는 인사원이 공무원 임금을 산정할 때 활용하는 ‘민간기업의 근무조건제도 등 조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기업 전체의 16.4%, 종업원 규모 500인 이상은 30.7% 기업이 직급 정년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는 최근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렇지만, 직급 정년제도가 없는 기업도 업무 이동에 따라 실질적으로 직급을 떨어뜨려 임금을 억제하는 등 임금을 줄이는 케이스가 꽤 있다. 50대 후반이 되면, 조기 퇴직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사람이 나타나 개인의 연수입 피크는 50대 중반으로 조사됐다.
제2차 임금 삭감의 파도는 정년 직후 찾아온다. 정년을 맞는 단계에서 회사를 퇴직하거나 같은 회사에서 재고용으로 바뀌면서 임금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60~64세의 평균 임금 소득은 55~59세의 80% 정도다. 이는 여성 배우자 등 원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도 포함하는 수치이기 때문에 50대에 정사원으로 고수입을 벌고 있는 사람들의 하락 폭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정사원으로 계속 근무해온 사람으로 한정할 경우, 같은 근무체계에서도 정년 직후는 정년 전과 비교해서 30% 정도 임금이 떨어지는 것이 일본사회의 실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