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더 외롭고 힘든 사람을 마주하다
철들기 전 후로 세상이 왜 이리 불공평한지 의문을 가졌지만 풀리지 않았다. 책을 읽어봐도, 철학자들의 말을 들어봐도, 또 내가 골똘히 생각해봐도 알 수 없었다. 자연 현상은 탐구와 규명이 가능한 부분이지만 인간 세상의 이치는 그렇지 않았다.
알 수 없는 분노가 점차 체념으로 바뀔 무렵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두 명의 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결손 가정 출신으로 나 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의젓하고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 나보다 불평할 거리가 많은데도 불평하지 않고 살고 있는 두 동생들의 모습에 마음이 다소 누그러졌다. 그들 앞에서 불공평을 따지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고 지적 허영이었다. 만약 내가 외롭지 않았다면 나보다 더 외롭고 힘든 사람들을 못 보았을 것이다.
운 좋게 들어간 직장 생활도 외로웠다.
대졸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나는 고립된 섬이었다. 직장생활 초반이었을 것이다. 내게 무엇이 못마땅한지 직속상관이 다 들으라며 한 마디 했다.
"너는 잘 해봐야 과장까지밖에 올라갈 수 없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두 주먹에서 전달된 자극이 날카롭게 내 머리에 꽂혔다. 회사에서 나는 적자가 아닌 서자의 신분이었다. '호부 호형'을 하지 못하는 홍길동의 심정이었으니 어찌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