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혼자 식사하기.
여행지에서 혼밥하는 것이 불편해서 먹는 재미를 포기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나도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을 호텔방에서 혼자 먹는 경우가 많았다. 한 번은 북유럽에서 열린 국제학회에 참석했을 때였다. 여기에 동양인은 나 하나였던 것 같다. 점심시간이 되자, 키가 크고 잘 차려입은 금발의 남녀들이 자기들끼리 어울려 식당에 들어가는데, 여행객 차림의 나는 꾸어 논 보릿자루 행색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음식을 담아 빈 테이블에 앉았지만 밥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도, 음식이나 핸드폰으로 피신하는 대신 여유있는 척 주위를 관찰했다. 테이블을 찾던 두 명의 남자들에게는 따뜻한 미소를 보내기까지 했다. 이들은 내 미소에 낚여서 나와 합석하게 됐고, 두 사람으로부터 북유럽의 의료제도와 병원 실태에 대해 듣게 된 것은 그날의 가장 큰 수확이 됐다. 홀로여행을 하자면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일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참, 이때 깨달은 것은, 여행을 갈 때에는 좋은 옷 한 벌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는 것.
4. SNS를 통해 한국의 지인들과 연결돼 있기.
평소에는 SNS에 자주 포스팅을 하는 편이 아니지만 외국에 나가면 왜 그리 올리고 싶은 사진과 이야기가 많아지는지... ‘지금 여기 스톡홀름이에요’, ‘어제 오덴세에 도착했어요’라고 소식을 올린다. 그러면 국내의 지인들이, ‘내가 잘 아는 A교수가 그 곳에 교환교수로 가 있어요. 만나면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에요’ 라거나 ‘그 곳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니, 꼭 찾아가 보세요’, ‘우리 아들이 그곳에서 유학하고 있어요. 아들더러 안내를 하라고 할까요?’등 쪽지가 날라 온다.
그래서 한국에서라면 서로 바빠서 만나지 못할 사람들과 현지에서 접선이 이루어지고, 현지의 깨알 정보를 듣거나 현지인만 가는 맛집을 안내받는다. SNS로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것은 이런 장점이 있지만 익명의 사람들이 보는 SNS 포스팅이 범죄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주의도 필요하다. 특히 숙소 정보나 개인 정보는 노출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5. 풍경보다 재미있는 것이 사람.
우리는 혼자가 되기 위해서 여행을 가지만, 여행지에서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는 여행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에어비앤비를 애용하는 편인데, 에어비앤비의 호스트야 말로 최고의 여행가이드이다. 한 번은 여행 성수기에 네덜란드 암스텔담에 가게 됐다. 내 예산으로는 호텔에 숙박할 수가 없었다. 물론 젊다면 여러 명이 방을 사용하는 유스텔을 겁낼 이유가 없지만 나이가 많다 보니 낯선 사람과 방을 공유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 됐다.
내가 고른 호스텔은 다행히 여성전용 2인실이었다. 룸메이트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30대 이민노동자. 고향에 남편과 아이가 있다는 그녀는 따뜻한 사람 같았다. 여행노독으로 지친 나에게 과일을 나눠주고 서투른 영어로 이야기를 걸어왔다. 처음에는 독일 가정집에서 일을 했는데, 집주인이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이어 독일을 떠나 네덜란드까지 왔다는 것이다. 해외 이민자들의 애절한 사정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홀로여행으로 단련되는 마음의 근육
여행지에서 이런 저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길을 알려주는 현지인, 기차를 기다리면서 배낭여행자들끼리 나누는 채팅 등, 짧은 순간이지만 마음을 열고 호기심을 갖고 이야기를 시도하면 의외로 좋은 대화가 이루어진다. 문화의 차이로 인해 실수를 하거나, 어색해지거나, 경계선을 넘어버리는 일도 있다. 하지만, 경험이 점점 쌓이면서 사람은 다 똑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어느 지점이 안전한 지를 본능적으로 알게 되고, 글로벌에티켓을 배우게 된다.
참, 여행지에서의 뜻밖의 좋은 만남을 위해서 나는 한국에서 뱃지, 캔디 등 작은 선물들을 준비해서 간다.
홀로여행이 처음부터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여행을 하다 보면 ‘외로움’을 이기는 근육이 생긴다. 혼자인 것이 불편하지 않을 때, 타인도 불편하지 않게 된다. 혼자 여행의 고수가 된다면, 그때는 누구와 여행을 다녀도 감당할 수 있는 넉넉한 품이 생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