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붙어 지내는 부부, 처음엔 쉽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P씨 부부의 사이가 궁금했다. 생각해 보라. 은퇴 후에 하루 세끼는커녕 두 끼만 같이 먹어도 갈등이 생기고, 이혼 상담이 갈수록 늘어나는 요즘 세상이 아닌가. 그런데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함께 일하고 생활하고, 그러면서도 싸우기는커녕 사이가 좋아 보이는 이 부부는 도대체 무슨 비결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P씨의 대답은 이러했다.
“사실 남편과 같은 직장을 다니면서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었고, 직장내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도 해주며 도움을 주고받던 사이라서 남편에 대해, 특히 남편의 일하는 스타일에 대해 잘 안다고 자신만만했었어요. 그러니까 이 일도 같이 시작했던 거죠. 그런데.....”
그의 말이 이어졌다.
“첫해에는 갈등이 심했어요. 정말 당황스럽더군요. 제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센터장이 되고 남편은 사무장의 역할을 맡아 하고 있었는데, 일을 같이 해봐야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더니, 정말 이 일을 같이 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알 수 없었던 남편의 다른 면모가 보이는 거예요. 일하는 스타일도 그렇게나 다른지 처음 알았어요.”
하지만 이 부부는 합리적이고 지혜롭게 갈등을 해결했다. 각자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식으로 역할과 업무를 분담한 것이다. 1년쯤 지내보니 남편이 잘하는 건 전산에 관련된 일, 서류 작업, 손으로 하는 일이고, P씨가 잘하는 건 인간관계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르신과 가족, 혹은 지역사회 관계 등 사람 대하는 일은 P씨가 맡고, 남편은 전산 작업, 행정 업무, 손재주를 발휘하는 일을 전담하기로 합의하면서 예전의 평화로운 관계를 되찾았다고 한다.
창의성+실천력+균형감, 3박자가 만드는 행복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P씨에게서는 작지만 한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 특유의 활기와 자부심, 광채가 느껴졌다. 특히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행복감은 나까지 전염시킬 정도였는데, 나는 그의 행복감이 일도 일이지만 삶의 균형감각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주변에서는‘5촌 2도’의 생활이 힘들지 않느냐고 의아해 하지만, 이 부부는 금요일 밤에 서울에 오면 가족과 시간 보내고, 지인들 만나고, 교회 가고, 취미활동(부부 모두 음악에 취미가 있어서 서울 집에 작은 음악실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하며 지낸다면서 서울에서 보내는 이틀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주기 때문에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부가 사는 법은 여러 모로 인상적이다. 은퇴를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창의성과 실천력뿐만 아니라 균형감 있고 인간적인 생활 리듬까지, 이들이 내뿜는 건강하고 행복한 에너지 덕분에 한여름의 무더위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