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후대비 투자에서 가장 큰 실수는 바로
👉 글 : 신파람 / 공학박사, 객원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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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불리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꾸준히 납입하고 절대로 중도 인출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동일합니다. 이전의 글에서 미국에서의 체험을 말씀드렸고 이번엔 우리나라에서의 체험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27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2013년 국내 대기업의 임원으로 들어갔습니다. 대학교를 막 졸업한 20대의 나이에 홀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들도 낳고 학위도 받고 스타트업 기업,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한 후 50세가 다 된 나이에 고국에 돌아온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직장 생활은 미국에 비해 매우 바빴습니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주말도 없이 근무하다 보니 연금 준비는 생각조차 못하면서 시간만 갔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직장인들이 비슷한 이유로 은퇴 준비와 연금 계좌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은퇴 준비가 필요하다고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고, 이를 위한 어떤 제도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은행에 업무를 보러 갔더니, 연금저축 계좌에 입금을 하면 세금을 줄여준다는 광고판을 보았습니다. 그제서야 우리나라에도 미국의 401(k)와 유사한 연금계좌 제도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침 그 때가 연말이라 부랴부랴 증권사를 찾아가서 연금저축 계좌를 만들고 400만원을 입금하였습니다. 2013년에는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 계좌 납입액의 한도가 400만원이었습니다.
돈은 넣었지만 저는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할 지 전혀 공부가 안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증권사 직원이 추천하는 펀드에 입금한 전액을 투자했습니다. 그 후에는 회사 업무가 바빠서 이 계좌에 대해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다음 해, 그 다음 해에도 추가 납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납입을 안 한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회사를 다니던 3년 동안 제가 연금저축 계좌에 납입했던 금액은 이 400만원이 전부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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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퇴직금, IRP로 받을 걸
3년 후 저는 그 회사를 그만 두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회사는 임원의 퇴직금에 적용하는 지급 배수가 있어서, 임원은 퇴직금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에는 근속기간이 짧아서 퇴직소득세가 어마어마하게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퇴직금은 당연히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 (IRP)로 받아서 퇴직소득세를 나중으로 미루어야 했는데, 저는 멍청하게 퇴직소득세를 다 내고 일반 계좌로 받았습니다. 물론 당시 갚아야 할 부채가 있었지만, 그래도 퇴직금은 IRP 계좌로 받아야 했었습니다.
퇴직금은 공돈이 아닙니다. 빚을 갚는데 쓰라고 주는 돈이 아닙니다. 노후에 써야 할 돈을 회사가 보관하였다가 퇴직할 때 주는 겁니다. 회사를 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은 절대로 손을 대지 말고 IRP 계좌로 고스란히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최종 은퇴할 때 큰 돈으로 남아 있게 됩니다. 이직할 때마다 퇴직금을 꺼내 쓰면 은퇴 후 써야 할 돈이 녹아 없어집니다.
제가 퇴직금을 일반 계좌로 받아서 세금으로 낸 돈과, 빚을 갚는데 쓴 퇴직금이 IRP 계좌에 남아 있었다면 지금은 5억원 정도로 불어났을 겁니다. 그런데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없습니다. 제가 은퇴 준비에서 가장 큰 실수를 한 것이 퇴직금을 일시 수령한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무지했습니다.
주린이의 해외 펀드 투자
제가 우리나라에서 해외 주식펀드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게 된 계기는 “비과세 해외투자 전용펀드” 라는 기사를 우연히 인터넷에서 봄으로써 시작되었습니다. 그 때가 2017년 11월쯤으로 기억하는데, 그 해 말일까지 이 펀드 계좌에 가입하면 10년 동안 모든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획기적인 제도였습니다.
저는 즉시 두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었고,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소액이라도 많은 펀드 종목을 매수하라는 조언이 있어서, 한 증권사 계좌에서는 17개의 펀드를 매수하였고, 다른 증권사 계좌에서는 13개의 ETF를 매수하였습니다. 이 제도가 없어지기 전에 매수한 펀드는 이후에도 추가 매수가 가능하지만, 매수를 하지 않은 펀드는 추가 매수가 안되기 때문에 일단 많은 종목을 매수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저는 정말 주린이였습니다.
그 때 매수하였던 펀드들은 매우 다양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하여 일본, 중국, 아시아, 인디아, 유럽, 라틴아메리카까지 모든 지역의 펀드들이 포함되었습니다. 그 때에는 중국, 베트남 등 신흥 국가에 투자하는 것이 유행이었고, 실제로 그 펀드의 수익률이 높았던 때도 잠시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중국,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 신흥국 시장의 수익률은 처참했습니다. 오직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만 꾸준한 수익을 냈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미국을 제외한 모든 펀드들은 매도하였고, 이 후 다시는 신흥 국가에 투자하지 않고 있습니다. 잘 모르는 펀드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이 때 세우게 되었습니다.
주린이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무조건 많은 종목에 투자하는 것인데, 많은 펀드에 투자한다고 분산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S&P 500 하나에만 투자해도 미국의 가장 큰 500개 기업에 분산하여 투자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펀드나 ETF 중에서 S&P 500 보다 더 분산된 상품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S&P 500 딱 하나에만 투자하는 분이 진정한 고수라고 생각합니다.
돈 안 되는 연금 보험을 깨서 미국 펀드에 투자
그래도 비과세 해외투자 전용펀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미국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제가 연금 계좌에 본격적으로 적립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진했던 신흥국 펀드들을 정리하고 나니 수익률은 좋아졌습니다. 가입 후 7년이 지난 지금, 한 계좌에서는 1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고, 다른 계좌에서는 76% 정도의 수익률을 내고 있습니다. 아래는 이 두 계좌의 현재 평가액과 수익을 보여주는 증권사 앱의 캡쳐 사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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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세 해외투자 전용펀드에 납입한 돈의 대부분은 제가 대기업을 다닐 당시 회사에서 납입해 준 연금보험이 원천입니다. 퇴직 시점에 적립된 금액은 1,300만원 정도 되었는데, 이 보험을 유지하려면 제 돈으로 매달 28만원의 납입을 이어가야 하였습니다.
저도 당시에 그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금보험의 지급액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모를 겁니다. 그냥 얼마를 납입하면, 몇 세부터 몇 세까지 얼마를 줄 것이다 정도만 알고 있을 겁니다. 특히 종신형 보험의 경우, 사망할 때까지 보험금이 나온다 하니 많이 받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느 날 차분하게 엑셀로 계산을 해 보았습니다. 보험 용어가 많이 생소하였지만, 계약서에 나와 있는 숫자와 제가 엑셀로 계산한 숫자를 맞춰 보니 어떻게 되는 것인지 감이 잡혔습니다. 그렇게 뽑아낸 결과는, 연금보험은 아주 작은 수익만 가입자에게 돌려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아주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경우보다도 훨씬 적은 금액을 보험금으로 받게 된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련 없이 연금보험을 해지하여 그 돈을 해외투자 전용펀드에 넣었고, 지금은 그 당시의 계산보다 훨씬 더 큰 금액으로 자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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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저축계좌에서 노후자금을 두배로 키우다
비과세 해외투자 전용펀드를 시작한 후 자신감이 붙어서, 다음 해에는 한 증권사에 연금저축 계좌를 만들어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였습니다. 4년 전에 처음으로 400만원을 납입했던 연금저축 계좌를 여기로 이전해 왔는데, 이 때의 평가액은 520만원으로 불어나 있었습니다. 직원의 추천으로 매수했던 펀드인데, 4년 만에 30%의 수익을 본 것이니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이전해 온 520만원과 이 후 3년 동안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 매년 400만원씩 납입한 돈, 그리고 꾸준히 매달 30만원씩 납입한 돈을 합하여 이 연금저축 계좌에 투입한 원금은 3,000만원이 조금 넘습니다. 이 계좌는 한 번도 펀드의 환매나 변동 없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처음 납입하고 6년이 조금 지난 현재의 평가액은 6,200만원 정도로, 원금의 두 배가 살짝 넘었습니다.
이 연금저축 계좌를 시작으로 여러 증권사에 하나씩 계좌를 개설하여, 지금은 4개의 연금저축 계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 두 번 째로 개설한 연금저축 계좌는 제가 잠시 근무하였던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이 밑천이 되었는데, 이를 포함하여 제가 투입한 원금은 3,000만원입니다. 6년이 조금 안 된 현재의 평가액은 6,400만원 정도로, 역시 두 배가 넘습니다.
또 하나의 연금저축 계좌는 IRP 계좌를 이전해 왔습니다. 이 계좌에는 5년 동안 매년 300만원을 납입하였기에 총 투입한 원금은 1,500만원입니다. 올해 3월 연금저축 계좌로 이전할 당시의 누적 수익률은 50% 정도였는데, 이전 후 연금저축 계좌에서 훨씬 더 불어나서 현재의 누적 수익률은 90% 정도입니다. 조금 더 있으면 이 계좌도 원금의 두 배가 될 것입니다.
4번째 연금저축 계좌는 2021년말에 개설한, 비교적 최근의 계좌입니다. 현재까지 2,200만원 조금 안 되는 금액을 납입했는데, 그 중 2,000만원 정도는 작년 말 이후에 납입하였기에 실질적으로는 1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계좌입니다. 따라서 누적 수익률은 34% 정도로 아직 낮지만, 역시 시간이 지나면 많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래는 4개의 연금저축 계좌의 납입 금액과 평가액을 보여주는 증권사 앱의 캡쳐 사진 모음입니다. 대부분 6~7년 만에 원금의 두 배가 되었습니다. 각 계좌에서 투자한 상품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미국의 광범위한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와 ETF 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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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투자 성과, 돌아보니
이렇게 저는 4개의 연금저축 계좌에 1억8천만원 정도를 가지고 있고, 해외투자 전용펀드 계좌에는 2,700만원 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외에 종합주식 계좌에 3,800만원, ISA 계좌에 2,500만원 정도가 있어서, 국내 계좌에서 총 2억7천만원 정도를 모았습니다. 제 나이가 53세이었던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하여 7년에 만든 자산입니다.
저는 회사가 납입해 준 연금보험과 퇴직금을 활용하였고, 매년 소득 공제를 위해 납입한 돈, 그리고 월 30만원씩 납입한 돈으로 이 결과를 이루어 냈습니다. 투자한 기간이 짧다 보니 아직 미국에 보유하고 있는 계좌만큼의 자산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산이 복리로 증식하면서 빠른 속도로 불어나리라 예상합니다.
누구나 처음 하는 일은 시행 착오를 겪게 됩니다. 저는 퇴직금을 IRP 계좌로 받지 않았고, 무턱대고 많은 펀드에 투자하는 등 실수를 연발하였습니다. 하지만 실수는 제가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실수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납입과 흔들리지 않고 묻어두는 자산 운용을 통해 손실을 극복하고 꽤 많은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제 경험담을 통해서 다른 분들은 시행 착오를 줄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0년 가까이 미국과 국내 연금 계좌에 저축하고 투자하여 10억원의 연금을 달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직접 체득한 투자, 연금, 세금, 건강보험 관련 노하우와 지식 정보를 “신파람”이라는 필명으로 네이버 카페에 게재하여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은퇴 준비는 30년 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의 "신파람의 은퇴준비 오지랖" 이라는 블로그와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전자공학을 어릴 때부터 좋아하여 초등학교 때 디지털 시계를 제작하였고, 컴퓨터 설계와 기계어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깨우쳤다.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로 미국의 스타트업 회사 및 대기업인 마이크론,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한 후, 현재는 국내 대학의 객원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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