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집이 위험하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하십니다.
“고령자 사고의 63%가 집에서 납니다. 집에서 넘어져 낙상을 당하고서 집을 고치는 건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어요. 나이 들어 근력이 약해지고 균형감각이 떨어지면 낙상을 당하기 쉬운데 낙상으로 가장 심하게 다치는 곳이 욕실이에요.
집에서 일어나는 낙상 사고의 한 70%를 차지하죠. 욕실 바닥이 타일이면 논슬립 타일로 바꾸거나 논슬립 스티커를 붙이는 게 좋습니다. 슬리퍼도 논슬립 슬리퍼로 바꾸면 걸을 때 잘 밀리지 않아요. 화장실에 손잡이(핸드레일)을 달고, 샤워부스 바닥의 작은 단차도 없애는 게 좋아요. 욕실에서 쓰러지면 가족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면대와 가구는 모서리가 둥근 게 좋다. 돌리는 문손잡이는 힘이 없는 노인이 문을 열지 못해 방안에 갇힐 수도 있다. 바퀴 달린 의자도 노인에겐 위험하다. 문턱, 현관·거실 공간 사이의 단차도 없애는 게 좋다. 가스레인지는 인덕션으로 교체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는 노인의 낙상이 특히 위험한 건 골절이 되면 누워서 지내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병상에 오래 누워 있으면 근육이 빠집니다. 근육이 빠지면 치매가 오기 쉬워요.”
▶️인지장애를 겪는 노인들을 위한 조언도 주시죠.
“현란한 패턴의 벽지를 피하고, 벽과 바닥 색을 달리하는 게 좋습니다. 치매 환자의 경우 사물을 잘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물 간에 색차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옛 기억을 상기시키는 가족사진, 기념이 될 만한 물건 같은 걸 배치하는 것도 좋습니다. 밤에 약한 조명의 전등을 켜두고, 전등 스위치에 야광 스티커를 붙여두는 것도 도움이 돼요. 침대 핸드레일도 필요합니다.”
환경 색채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수정체 황변을 겪는 노인의 경우 파란색 계통의 색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노인을 위한 시설은 무지개의 일곱 색깔 중 녹색 아래 쪽 색을 써야 한다고 했다.
▶️노인들로서는 이런저런 수리 및 교체 비용도 신경이 쓰일 텐데요?
“다쳐서 드는 병원비에 비하면 훨씬 덜 듭니다. 욕실에 논슬립 스티커 붙이고 논슬립 슬리퍼로 교체하는 건 10만 원도 안 들어요.”
일본에서 유학한 그는 일본의 경우 지자체가 이런 경비를 고령자에게 지원해 준다고 했다.
“이렇게 경비를 지원하면 의료, 복지 등 초고령사회의 사회적 비용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어요. 국내에서도 서울 성동구가 이런 ‘에이징 인 플레이스(Ageing In Place: 고령자가 기존에 거주하던 익숙한 곳에서 계속 거주하는 것)’ 사업을 합니다. 자기 집에서 노후를 보내도록 주거 환경을 개선해 주는데 1000 가구 이상 지원했습니다.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능력이 되는 노인 즉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살던 집에서 살게 하는 거죠. 실버타운에 반드시 하는 시설 가운데 몇 가지만 하면 됩니다. 독거노인의 경우 비상벨도 필요해요.”
에이징 인 커뮤니티(AIC)는 노후에 특정 주택 단지를 포괄하는 지역사회 주민들과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을 입주자만 이용할 수 있는 건 AIC에 반하는 거죠. 세대 교류도 AIP를 넘어 AIC로 이행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고령 친화 도시로 나아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