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미국은 나머지 G5 국가(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들과의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 약세를 유도했고, 그 결과 무역적자 개선이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득은 북미자 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1994년에 다시 약화되었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으로 중국 상품이 미국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2001년 이후에는 효과가 아예 없어졌다. 2001~2021년 사이 미국의 수입 대비 제조업 수출 비율은 65%에서 45%로 급락했고, 미국의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 점유율은 25%에서 16%로 감소했다.
따라서 트럼프가 중국 수출이 미국 제조업 약화의 한 원인이라고 주장한 데에도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현재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이면 미국 제조업이 어느 정도 활성화될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러나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해 가장 큰 대가를 치른 나라는 바로 중국 자신이다.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
어린이는 ‘슈퍼 소비자’다. 가정에 자녀가 많을수록 지출도 더 많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친 산아제한 정책으로 인해 이제 중국에는 어린이 인구가 많지 않다. 한 자녀 정책이 도입된 지 3년 후인 1982년, 중국의 근로자 대비 총인구 비율은 2.2로, 근로자(20-59세) 한 명 당 부양가족 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2010년에는 이 비율이 1.6으로 급락하여 국제 평균인 1.8~2.2보다 훨씬 낮아졌다(현재 중국에서는 이 비율이 다시 상승하고 있지만, 이는 주로 어린이가 아닌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가구가 줄어들면서 가구소득도 1983년 GDP의 62%에서 현재 GDP의 44%로 감소했다. 그 결과 소비 수요가 계속 떨어졌다. 실제 1983년 이후 가계 소비 는 GDP의 53%에서 39%까지 감소했 다. 미국의 70%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엄청나다.
국내 소비가 부진했던 중국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무역흑자, 즉 제조업 중심의 수출 초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 규모는 2023년 기준 1조 8,600억 달러, GDP의 10.5%에 달했다. 한편 미국은 막대한 소비 시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의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나라로서 글로벌 무역흑자와 유동성 공급의 역할을 맡고 있다.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과 경제학자 모리츠 슐라릭이 ‘차이메리카’(Chimerica)라고 이름 붙인 이 관계는 처음에는 공생 관계로 보였다. 하지만 미국 제조업을 파괴함과 동시에(나는 2009년부터 미중 무역전쟁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국 내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면서 이 관계는 곧 기형적인 구조로 변질되었다. 즉 중국의 인구구조 붕괴가 생산 능력의 과잉, 즉 공급 초과로 이어진 셈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인구 위기에 대응할 뚜렷한 해법이 거의 없다.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두 자녀, 나아가 세 자녀까지 허용하는 등 출산 장려를 위한 규제 완화를 시도했지만, 이는 처참히 실패했다. 그 이유는 가계 소득이 낮아 많은 가정이 아이를 더 낳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 정부는 ‘엔지니어 배당금’(engineer dividend: 공학도들이 미래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에 희망을 걸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중국은 세계 다른 모든 국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공학 전공 졸업자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졸자는 일반적으로 중국 고용의 46%에 불과한 서비스 부문에서 일자리를 찾는다. 다른 나라들이 현재 중국의 고등교육 진학률에도 달했을 때는 서비스 부문이 70~80%의 일자리를 제공했다. 중국에서 청년 실업률이 치솟고 출산율의 근간인 신규 결혼 건수가 급감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에게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심각하게 약화시키거나 심지어 파괴할 위험을 자초했다. 중국의 무역흑자는 미국의 무역적자와 거의 정확히 거울처럼 맞물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중국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즉 이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중국의 출산율 상승이며, 이를 통해 중국의 가계 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에게는 안타깝게도 관세로는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