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이야기는 일본공익광고협의회 ‘AC 재팬’이 선정한 올해 TV 공익광고 스토리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광고 속 할머니와 젊은이의 대화가 리드미컬한 랩으로 진행되는 점입니다. 공익광고가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서로에게 비난보다는 관용(寬容)’. ‘관용 랩’은 SNS 등을 타고 수백만 건 이상 재생되면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특히 관용랩 광고를 접한 젊은이들이 ‘좋아요’와 ‘리트윗’으로 호응하고 있습니다. 랩의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수화(手話) 통역을 하는 수화자의 모습도 재미를 더했습니다.
AC재팬은 매년 3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익광고에 관한 소비자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의 CM 캠페인을 선정하는 데, 올해의 테마가 ‘불관용의 시대 ~ 현대사회의 공공 매너란?’입니다. ‘각자의 처지와 생각이 다름을 수용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해 나가는 사회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게 CM 캠페인의 취지라는 AC재팬 측의 설명입니다.
고령화율(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9%를 넘어선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한 나라입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3600만 명. 그 중 75세가 넘는 ‘초(超)고령자’들이 절반이 넘습니다. (출처: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일본의 장래추계인구 추계') 2025년에는 단카이(団塊)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부머가 모두 75세로 진입하면서 일본 사회의 걱정은 커지고 있습니다.
요즘 일본에서는 아예 고령자 전용 계산대를 설치하는 점포들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뒷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천천히 여유를 갖고 계산할 수 있는 이른바 ‘느긋한 계산대’를 설치하는 유통 매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후쿠이(福井) 현의 생협(生協)이 운영하는 식품매장 '허츠(Hearts)'는 지난해 고령자 전용 계산대인 ‘느긋한 계산대’를 시범 설치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 4월부터 전 점포에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느긋한 계산대’ 앞에는 ‘바쁘신 고객들은 별도의 계산대를 이용해 주세요’라는 안내 배너를 설치, 고령자 고객이 초조해하지 않고 잔돈이나 카드로 계산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점원들은 고객이 희망하면 포장지에 넣어주거나 정산도 도와줍니다. 허츠는 고령자 전용 계산대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점원들에게 교육하고 있는데,
(1) 큰 소리로 또박또박 발음할 것,
(2) 무거운 바구니는 옮겨줄 것,
(3) 영수증은 별도로 전달할 것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느긋한 계산대에는 고령자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를 동반하는 고객도 여유를 갖고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후쿠오카 현(福岡県) 유쿠하시 시(行橋市)의 유메타운 미나미유쿠하시(南行橋) 지점은 ‘슬로우 계산대’라는 이름의 고령자 전용 라인을 상시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작년 7월부터 시범 설치해 월 2회, 오후 2시간 만 운영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고객들의 호평이 이어져 지난해 1월부터는 상설 가동하고 있습니다.
이곳 유메타운의 슬로우 계산대는 고령자는 물론이고 치매를 겪고 있는 노인들도 이용합니다. 직원 중 40여명이 ‘치매 서포터 양성 강좌’를 통해 치매 노인 대응 법을 익혀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고령자 고객들이 지불을 잘 못하거나 물건을 잊어버리고 가더라도 지적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대신 정산을 해주거나 자연스럽게 물건을 전달해 줍니다. 점원들의 배려 깊은 접대가 입소문을 타면서 이 점포를 애용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고령자 나라 일본에서는 이처럼 일상생활의 템포를 늦추고 있습니다. 느긋한 계산대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파란 신호등의 점등시간 연장, 백화점 에스컬레이터 속도나 엘리베이터 문 닫힘 속도를 낮추는 등 고령자와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느긋하게 천천히’.
초고령사회의 필수불가결한 키워드임에 분명해 보입니다.
* '느긋한 계산대'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투표로 알려주세요. 결과는 일주일 뒤에 공개합니다! (참여는 아래 버튼 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