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만나는 친구들, 살림스승이자 보호자
그런데 얼마 전에 뭔가 새로운 희망의 길을 보여주는 남자 노인 네 명을 만났다. 복지관에서 처음 만나 4년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80대 초반 남자 노인들이다. 이들은 혼자 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 경제적 조건이나 살아온 과거, 가족 상황이 다 제각각이다.
중요한 건 이들이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만난다는 점이다. 따뜻할 때는 동네 공원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는 동네의 대형 마트에서 만나 차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특이한 건 이들이 보통의 남자들과는 달리,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고 농담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점이다.
이들은 서로의 ‘살림 스승’이자 ‘가족 이상의 보호자’ 역할도 한다. 항공사 셰프 출신인 한 멤버는 다른 이들에게 요리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하고, 또 손재주 많은 멤버는 사진 편집과 종이접기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누군가 아플 때는 돌아가면서 간병하고, 입원할 때 보호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 멤버가 아내와 사별한 후 실의에 빠졌을 때는 다른 이들이 매일 전화를 걸어 밖으로 불러냈다고 한다.
이들은 “누군가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한다. 실제로 얼마 전에 놀러가기로 한 날, 한 명이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을 때 경찰에 신고한 사람도 이들이다. 그날 약속 장소에 나가지 못했던 K씨는 이렇게 말했다.
“집에 와보니 수십 번 전화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 세상에 누가 나를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챙겨줄까 싶어서 뭉클했어요.”
매일 만나 함께 밥 먹으며 속마음을 털어놓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서로를 돕는 이들의 신뢰 관계가 부러웠다. 또 “같은 동네에 사니까 매일 만날 수 있다.”는 말처럼, 같은 동네에 살면서 매일 얼굴을 맞대는 ‘동네 친구’들이야말로 멀리 있는 자녀보다 훨씬 든든한 삶의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것도 실감했다.
누구나 혼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진짜 행복한 사람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살림 역량’을 갖추고, 매일 만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진실한 친구’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혹시 마트 진열대 앞에서 ‘식용유’라는 글자가 쓰여진 병을 찾으면서 ‘멘붕’에 빠진 적이 있는가? 혹은 오늘 하루 말 한마디 섞을 친구가 없어서 적적함을 느끼진 않았는가?
그렇다면 지금 바로 앞치마를 두르시라고 말하고 싶다. 혼자서도 식탁을 차리고 집안일을 할 수 있어야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 그리고 가까운 복지관이나 도서관의 문을 두드리고, 공원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 보시라. 혼자 살면서도 서로를 돌보는 삶은 동네 친구와 함께 걷는 산책길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