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는 여러분들이 나의 선생
그런 지혜를 왜 그때는 알아듣지 못했을까 후회하면서 후학들에게 좀 더 진지하게 일러 주고 싶었지만, 청년들 역시 내가 청년 시절에 느꼈던 느낌과 별로 다름이 없다. 나는 첫 직업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출발하여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로 정년퇴임을 했으니 경험이라고는 30년 넘게 해온 교직 생활 뿐이다. 이 일생의 내 역할을 마감하면서 정년퇴임 때 기념 강연을 했는데, 한동안 무슨 이야기를 해 주어야 늙은이가 하는 통상적인 꼰대 같은 인상을 주지 않을까 여러 번 고민했다.
내가 생각해낸 정년퇴임 기념 강연의 제목은 이렇다. “지금까지 나는 여러분들의 스승이었습니다. 오늘 정년 퇴임을 맞아 오늘부터는 여러분들이 나의 선생입니다.”라는 내용이다. 이 제목은 내가 여러 번 고심 끝에 정한 제목이면서 내가 실제로 했던 경험과 미래의 염원을 담은 것이기 때문에 그냥 관행적이고 허식적인 제목이 아니었다.
나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는 의과대학 교수로 학생과 수련의도 교육하고, 마음이 불편해서 찾아오는 환자도 돌보고 또, 주제를 갖고 연구하는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하면서 30여 년을 보냈다. 혼자 세 가지 역할을 해내자니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게 해낸 역할이 없어 후학들에게 단지 미안한 생각이 많다.
그런데, 그나마 정년 퇴임으로 교직을 떠나게 되면 교직에 있을 때보다 그 기능을 더 만족스럽게 해낼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한 일이다. 학교에 있을 때는 하나라도 더 제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정신의학적 최신 정보나, 지식을 열심히 공부하여 전달했지만 내가 학교를 떠나고 보면 그럴 기회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줄어드는 내 의학적인 최신 정보나, 자료들은 제자들이 공부해서 나에게 가르쳐 달라는 희망을 이야기 한 것이다.
이 말은 정년퇴임 이후 지금까지 실천해 오는 나의 행동이다. 내 제자들은 지속해서 최신 의학 정보나 경험을 쌓기 때문에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 틈만 있으면 나는 그런 궁금증을 제자들에게 묻는다.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 발전 속도가 빨라 내 이해가 느린 점도 있다. 이렇든 저렇든 하나도 빠뜨리지 말아야 할 정보들이다.
이런 귀중한 정보를 나에게 알려주니 내 궁금증도 풀리고 내가 퇴임 때 기념 강연을 한 제목과도 어울린다. 나는 내 후학들이나, 제자들이, 친절하게 내 궁금증을 풀어 주는 데 대해서 무한한 감사를 느끼고 있다. 누가 이렇게 나한테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