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골절로 수술을 받은 78세 A씨가 퇴원을 앞두고 있다. 급성기 치료는 끝났지만, 혼자 사는 집에는 문턱이 높고 화장실에 손잡이 하나 없다. 재활도 더 필요하다. 그렇다고 병원에 계속 있을 수도, 요양시설에 들어가기엔 아직 기능이 남아 있다. A씨는 어디로 가야 할까?
이런 상황은 생각보다 흔하다. 질병관리청의 퇴원손상통계에 따르면 추락, 낙상 등 손상으로 퇴원하는 고령자는 연간 수십만 명에 이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도 뇌졸중이나 골절을 겪은 65세 이상 환자 가운데 약 1만 명이 퇴원 후 30일 이내 재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는 끝났지만 집으로 바로 돌아가기 어려운 고령자에게 퇴원 이후의 회복을 어디에서 이어갈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퇴원 후 ‘회복을 위한 집’
올해 보건복지부가 이 공백을 매우기 위해 본격적으로 꺼내든 카드가 ‘중간집’이다. 정부가 단기 지원주택으로 추진하는 이른바 중간집은 퇴원한 고령자가 통상 3개월 이내 머물며 필요한 건강관리와 돌봄 등을 지원받은 뒤 자택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회복기 주거 공간이다. 단순한 임시거처가 아니라 건강관리, 방문간호, 생활지원 등 지역의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전국 12개 지자체가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었고, KB국민은행은 중간집 모형 구축을 위해 10억 원을 지원한다. 돌봄 필요도가 높은 퇴원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집중케어형에는 광주 광산구가, 비교적 단기간 지역사회 복귀가 가능한 일상회복형에는 서울 중랑구, 인천 강화군, 부산 북구, 대전 서구, 대전 중구, 광주 서구, 경기 수원시, 충북 충주시, 충북 진천군, 전북 군산기, 전북 고창군이 선정되었다.
구체적으로 중간집에서는 입주 시 개인별 의료, 돌봄 관리계획이 수립되고, 이를 바탕으로 방문진료, 방문간호, 재활운동, 복약지도, 영양지원, 가사지원, 병원동행 등의 서비스가 연계된다. 공간 자체도 안전손잡이, 전동침대, 입식 가구 등 낙상 예방을 고려한 설계로 갖추어져 있으며, 24시간 응급안심콜이 작동하는 스마트 돌봄 플랫폼도 구비된다.
그렇다면 굳이 '중간집이 아니라 자택에서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으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퇴원 직후 고령자에게는 주거환경 자체가 위험 요인인 경우가 많다. 문턱, 미끄러운 화장실 바닥, 손잡이 없는 욕실 등은 재낙상의 원인이 된다. 중간집은 이미 안전하게 설계된 공간에서 회복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요양시설은 장기 입원이나 입소를 전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회복기 환자가 불필요하게 장기 입소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6개월 이상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아야 하지만, 중간집은 이러한 등급 없이도 퇴원 후 회복이 필요한 고령자라면 이용할 수 있다.
중간집은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자립생활을 훈련하면서 회복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목적과 성격이 다르다. 퇴원 후 시설이 아닌 일상으로의 복귀를 돕는 것이 중간집의 본래 역할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중간집이 들어서는 장소다. 아이가 줄어 문을 닫는 어린이집 등 지역의 유휴시설이 어르신의 회복 공간으로 바뀐다.
사실 중간집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부터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미 유사한 모델을 운영해 왔다. 광주 광산구는 기존 살던집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사회 주거와 돌봄을 연계해 왔으며, 올해는 공공임대주택 내 유휴 어린이집을 활용해 중간집과 케어홈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충남 청양군은 고령자복지주택 안에 중간집 10실과 재택의료센터, 주간요양센터 등을 함께 배치해 주거와 의료, 돌봄을 한 공간에서 연결하고 있다. 이러한 현장의 경험이 쌓이면서 정부 차원의 시범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