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물질적 목표에서 정신적 목표로 변합니다.
젊을 때는 대부분 돈을 버는 게 주요 목표입니다. 돈을 벌어야 가족을 부양하고 노후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물질적 목표가 인생 오전 삶의 주된 목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인생 오후에는 물질을 추구해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퇴직을 해서 재취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70세를 넘어서 계속 일하기 쉽지 않고, 일을 해도 급여를 많이 받기도 어렵습니다. 부양의 책임에서 벗어났기에 물질 추구 필요성도 줄어들기도 합니다.
따라서, 인생 오후에는 점차 정신적 목표가 중요해집니다.
가치 있는 삶을 살고, 행복하게 살고, 하고 싶은 일을 해 보는 것입니다. 인생의 오전에 해보지 못한 것이 있으면 오후에 이를 실천해볼 수 있습니다. 필자의 친구는 시니어 극단에 들어가 셰익스피어 희극 100개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둘째, 주어진 역할이 있다가 역할의 부재에 빠지게 됩니다.
삶의 오전에는 부장, 과장으로서의 역할, 부모로서의 역할, 배우자로서의 역할, 자식으로서의 역할 등 역할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 역할을 잘 수행하면 됩니다.
하지만 인생 오후에는 역할이 축소되거나 사라집니다. 직장에서의 역할은 사라지고, 부모로서의 역할은 축소됩니다. 세월이 흐르면 자식으로서의 역할도 사라집니다.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이 크게 줄어드는 것입니다. 마치 주연으로 바쁘게 활동하던 배우가 어느 날 엑스트라로 왔다 갔다 하는 역할만 맡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역할이 사라지면 처음에는 홀가분하고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공허함에 빠지게 됩니다. 일종의 아노미(anomie)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주연을 맡던 배우에게 배역이 없어졌을 때를 생각해보십시요. 여성은 자녀를 키우는 역할을 맡다가 자녀가 부모를 떠나면 가슴이 텅 빈 느낌을 갖습니다.
이를 빈 둥지(empty nest) 증후군이라 부릅니다. 역할은 책임입니다.
책임이 줄어들어 좋을 것 같은 데 오히려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셋째, 주어진 규범이 있다가 규범의 부재 상태가 됩니다.
인생의 오전에는 학교의 규범, 직장의 규범 속에 있고,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니 자연스레 사회의 규범에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인생 오후에는 나를 둘러싼 규범이 없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강하지 않습니다. 만일 어떤 단체의 규범이 강하면 인생 오후에는 거기 참가하지 않으면 됩니다. 인생의 오전에는 규범이 강하더라도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그 규범을 지키면서 있어야 합니다.
규범이 없으면 자신을 잡아 주는 틀이 없어 시간이 흐르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변해갈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사회 문제가 되었던 폭주 노인이나 성질이 고약한 노인으로 변해가는 게 그런 예시 입니다. 노후의 예절을 다시 돌아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넷째, 자산 축적에서 자산 소진으로 변하게 됩니다.
자산 축적 기간에는 근로소득을 수단으로 자산 축적을 목표로 합니다. 이 때는 자산 증식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산을 관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산 소진 기간은 인생의 오전에 축적한 자산을 수단으로 안정적인 은퇴소득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젊을 때와는 수단과 목표가 뒤 바뀝니다. 수명이 불확실해서 몇 살까지 소득을 만들어야 할지 명확한 답이 없습니다. 의외로 일찍 죽어 돈도 못 써볼 수 있고, 오래 살아서 보유한 돈이 바닥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인생의 오후에는 자산 관리 위험을 줄이면서 안정된 소득을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