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지루하다는 이유로 정석을 무시하고 본능에 따른다
투자 관련 서적 몇 권 읽고 또 유튜브 몇 번 보고 투자에 나서는 사람이 있다. 책 많이 읽은 순서로 돈을 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하지만 건성으로 읽거나 얄팍하게 읽으면 사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진다.
워런 버핏, 피터 린치, 조지 소로스, 짐 로저스, 필립 피셔, 하워드 막스 ... 이분들의 책을 읽으면서 가슴 뛰는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명한 투자가의 책을 읽었다고 내가 그들과 같은 선견지명과 혜안이 생길 거라는 생각은 희망일까? 망상일까? 아니면 착각일까? 워런 버핏의 책을 읽었는데 나의 투자는 왜 신통치 않을까? 똑같이 공부해 놓고 나는 왜 서울대를 못 갔을까를 생각해 보라. 서울대는 시험을 쳐서 가지만 투자의 세계는 진입 장벽이 없다. 그래서 다들 자신의 실력을 모른다. 그게 문제다.
책장에 꽂혀 있는 투자 서적 순으로 수익률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책 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용의 묘를 살린다며 이리 해 보고 저리 해 보고 자기 마음대로 한다. 위대함과 평범함은 크게 다른 것이 아니다. 투자는 지루하고(장기 투자) 재미없고(우량주) 미지근한(분할 매수) 것이란 걸 알고 견디어내야 한다. 그러나 그걸 알면서도 안 된다. 도박 중독자가 돈 잃을 걸 알면서 자신도 모르게 하우스에 가는 것처럼 투자도 본능에 이끌려 간다. 본능을 극복해야 한다.
왜 워런 버핏이 인덱스 펀드나 ETF에 투자하라고 노래를 불러도 이를 무시하고 직접투자에 목을 맬까? 아마도 지루하고 재미없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 위대한 일은 지루하고 재미없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5. 자기 자신에 대한 파악이 부족하다
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한 번 들여다보라.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 얼마나 참을성이 없는지, 얼마나 말을 쉽게 바꾸는지, 얼마나 질투심이 강한지, 얼마나 표리부동한지, 얼마나 나약한지, 얼마나 비양심적인지, 얼마나 이해타산이 심한지, 얼마나 이기적인지...
자신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순간에 격해지고 순간에 들뜨고 순간에 침울해지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평정심이 뭐 어렵나 싶지만 생각보다 힘들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면 평정심은 요동치기 시작한다. 상상을 하고, 공상을 하고, 심지어 환상을 보기도 한다. 상승장 꼭대기에서는 천국을, 하락장 바닥에서는 지옥을 경험한다. 일체유심조라고 하지 않던가? 모든 건 마음이 짓는 것. 마음이 들뜨거나 평온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를 하는 건 태풍이 오는데 배를 띄우는 것과 같다.
자신의 위치(실력)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나도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해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라. 투자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똑똑해야 한다. 그 똑똑함을 어떻게 확인해 볼 수 있을까? 남 보다 학벌이 좋은가? 남보다 재산이 많은가? 남보다 월급이 많은가? 남보다 진급이 빠른가?
위 기준 앞줄에 있지 않으면 재테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잃지 않는 보수적인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자신보다 똑똑한 남들이 몇 억을 먹더라도 엉덩이가 들썩이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가야 한다. 즉, 분수를 알라는 것이다. 실력은 따라 주지 않은데 의욕만 앞선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패가망신이다.
6. (사이비) 전문가를 맹신한다
책 읽는 시간이 아까워 (사이비) 전문가에게 비싼 돈을 주고 투자 방법을 배운다는 사람도 있고 또 유료로 종목을 추천받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 남에게 의존하여 돈을 쉽게 벌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되면 내 탓이고 잘못되면 전문가 탓이다. 물론 책임에서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
전문가에 의존하는 사람은 평생 전문가를 찾아다닌다. 즉, 이 전문가가 아니다 싶으면 다른 전문가를 찾는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파랑새를 찾으려 1년 동안 많은 곳을 찾아다녔으나 결국 못 찾고 집에 돌아와보니 파랑새는 자신의 새장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동화처럼 전문가는 자신이 되어야 한다.
전문가를 맹종하는 심리는 시험에서 커닝과 흡사하다. 답이라고 쓰면서도 왜 답인지 모른다. 주식을 사면서도 왜 사는지 모르고 언제 팔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오답인지도 모르고 커닝을 하는 경우다. 전문가의 얘길 잘못 해석하는 경우도 많고 또 전문가의 전망이나 예측이 틀린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를 찾는 심리는 점쟁이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점괘가 안 좋으면 다른 점쟁이를 찾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