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퇴직한 회사 동료가 찾아왔다. 회사를 그만둔 뒤 정기적으로 만나는 몇 안 되는 회사 후배다. 퇴직 후 1년간 월급을 주는 예비 실업자에서 그 기간이 다해 이젠 진짜 실업자로 편입이 되었다.
실업자인데 실업급여를 못 받는다. (비상근)임원으로 퇴직했기 때문이란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구인 구직 플랫폼을 통해 수십 군데 이력서를 썼지만 면접은 손에 꼽을 정도고 출근하라고 연락받은 곳은 없다고 한다.
금융 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은 사회에 나오면 별 쓸모가 없다. 그리고 "편하게 회사 생활했네"라는 소릴 안 들으면 다행이다.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의 이직은 능력으로 인정받고 또 스카우트의 경우 더 높은 연봉을 받고 가지만, 일단 회사를 나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타의든 자의든 퇴직했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고 회사를 떠나올 당시를 생각하면 그리 유쾌하지 않다. 어떤 분들은 아직까지도 기분이 더럽다고 한다. 퇴직했다는 사실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면접관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편견을 갖게 할 것이라는 지레 짐작으로 면접을 보면서도 의기소침해진다. 이래저래 유기된 반려견처럼 처량한 신세라고 느껴지는 상실감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