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시절의 경험을 소설로 피워내기까지
📌 어떻게 소설가의 길을 선택하게 되셨습니까?
“어릴 적부터 책 속에서 자라 독서를 많이 했습니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을 많이 좋아했죠. 언젠가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지만, 평생 회사 생활에 매달리다 보니 실현할 기회가 없었죠.
그러던 중 코로나 시절, 외출도 못한 채 카뮈의 『페스트』를 읽게 됐습니다. ‘살아 있는 의미 따위는 생각하지 마라,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라는 말에 감동을 받아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82세의 첫 도전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82세라도 의욕과 기력, 체력만 있다면 소설을 쓸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이 보이는 사회와 시대의 단면. 바로 그것을 글로 기록하고 싶었다. 이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동기가, 평범한 직장인을 작가로 바꿔 놓았다.
📌 소설 속의 내용은 체험에서 비롯된 것인가요?
"생명보험 회사 퇴사 직전까지, 저는 그 회사의 법인 부문 영업의 중추에 있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상장기업 약 700여 곳에 대한 출자·융자는, 사실상 제 추천 없이는 불가능했죠. 마침 일본의 버블이 붕괴한 1990년부터 1997년 무렵의 이야기입니다. 그 시기에 수많은 기업의 최고경영층과 대화하며, 많은 것을 알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벤처캐피털로 전직하여, 이번에는 수많은 창업가들과 만나면서 참으로 신기한 체험(한마디로는 표현할 수 없는)을 했습니다. 그것이 소설의 자양분이 되었죠."
📌 당시의 경제상황과 혼란을 소설에 담고자 하셨을까요?
제가 소설을 쓰는 이유가 버블 붕괴나 금융업계의 혼란을 묘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은 '사람'을 그리는 것입니다. 제 소설은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제가 경험한 경제·정치 상황의 혼란상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앞으로 역사서나 학술서나 교과서에 다뤄지지 않을 '국가 운영의 혼란'이 불러온 서민들의 생활 변화와 고뇌 같은 것들을, 사회상 한 구석을 조금 '흥미롭게' 그려보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아마존 전자출판, 꿈의 문을 열다
오늘날 무명의 작가가 출판계에 발을 들이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독서 인구 감소, 출판 불황, 신인 문학상의 높은 벽. 하지만 쓰다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길을 찾았다.
“아마존 전자출판이 제 꿈을 이어주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특히 POD(Print on Demand, 주문형 출판) 방식 덕분에 종이책도 발행할 수 있었죠. 인세는 정말 ‘참새 눈물만큼’ 적었지만, 제게는 큰 힘이 됐습니다. 한 권이라도 누군가 제 책을 읽는다는 사실, 그것만으로 충분했어요.”
단 한권의 주문에도 종이책이 발행되는 POD 시스템은, 그에게 소설 집필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었다. 아마존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은 그에게 ‘작가’라는 정체성을 부여했고, 늦깎이 데뷔를 가능하게 했다.
70대 화장품 사업가에서 80대 소설가로
쓰다 작가는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이미 다채로운 비즈니스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70대에 시작한 스킨케어 화장품 사업 이야기는 그의 도전 정신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인 덕분에 아프리카에서 시어버터 원료를 구매해 일본에서 스킨케어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피부 보습에 탁월한 천연 오일이었고, 전문점인 로프트, 도큐핸즈, 세븐일레븐 등 전국적으로 잘 판매되어 거의 80세가 될 때까지 사업을 지속했습니다."
이처럼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던 그가 사업을 접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나이' 때문이었다.
"신제품을 계속 개발하고 사업을 키우려면 은행 융자가 필요했는데, 은행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융자를 해주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사업체를 지인에게 양도했답니다."
못내 아쉬운 듯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꺼낸 스킨케어 제품 팜플렛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80세까지 사업가로 치열하게 살았던 그의 열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모든 파란만장했던 비즈니스 경험은 현재 그가 쓰고 있는 장편 경제 서스펜스 소설에 살아있는 디테일로 녹아 들었다.
📌 하루 일과는 어떻습니까?
“소설을 쓰고 있으면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요. 나이든 사람들이 밤에 잠이 잘 안 온다고들 하시지만,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산책과 식사, 그리고 잠깐의 낮잠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평균 10시간가량 소설을 씁니다. 밤 11시가 되면 쓰러질 듯 잠들지요. 이번 여름은 워낙 더워서 간혹 잠에서 깨기도 했지만요(웃음). 지금처럼 오직 소설 쓰기에만 몰두하는 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충실한 순간이라고 느낍니다."
그는 체력 관리를 철저히 하며 소설 집필을 이어간다. 다른 80대와 달리, 그의 눈빛은 맑고 목소리는 힘찼다. 글쓰기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