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20년, 일본 시니어들이 말하는 진짜 행복의 조건 6
👉 글 : 최인한 /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前 한국경제신문 도쿄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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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미지는 AI를 활용하여 만들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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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여년 전이다. 2001~2002년 일본 서부 대학에서 해외 연수를 한 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도쿄특파원으로 근무했다. 처음 도쿄에 거주할 때, 가장 의아했던 점이 두 가지로 기억난다. 첫째, 일본에는 왜 이렇게 노인들이 많지, 하는 생각을 했다.
또 하나는 동네 공원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많은 고령자들이었다. 일본인은 ‘개’를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들인가. 당시만 해도 ‘고령 사회’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이 전혀 없던 필자였다.
일본은 2005년에 초고령 사회(고령화율 20%)에 진입했고, 현재 30% 정도다. 초고령 사회 기준으론 우리나라보다 정확히 20년을 앞서 간다. 2000년대 이후 일본 사회에는 초고령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다양한 신조어들이 등장했다. ‘노후 빈곤’ ‘연금 격차’ ‘슈카츠(終活)’에 이어 올해는 ‘로카츠(老活)’가 주목을 받고 있다.
‘슈카츠’는 매사 조심성이 많고, 준비성이 철저한 일본인들의 노후 생활 스타일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말하면, 살아 있을 때 자신의 죽음 이후를 스스로 준비하는 유산 상속, 사후 장례 등을 지칭한다. 이에 비해 ‘로카츠’는 노후에도 적극적으로 즐겁게 살다가 세상을 떠나는 활동에 초점을 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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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소소한 일로 행복을 찾는 고령자들
초고령 사회를 겪고 있는 일본인들이 노후를 어떻게 보내는지를 잘 정리한 책이 있다. 사카모토 다카시의 <정년 후 진실>은 2023년 발간 이후 1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다. 사카모토는 정년 후 ‘작은 업무’를 통해 풍요로운 삶을 성취한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일본 사회에는 퇴직 후에도 일하는 사람들의 ‘작은 업무’가 필요하며, 실제로 이런 업무들이 일본 경제를 버텨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정년 후 무리하지 않고, 소소한 일을 하며 행복한 생활을 하는 고령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본인들의 평균 수명은 남성 81.64세, 여성 87.74세이다. 60세로부터 평균 여명은 남성 24.2세, 여성 29.46세에 달한다. 보통 직장의 정년이 60세라고 할 경우 남성은 퇴직 이후 24년 정도를 더 살게 된다.
요즘 일본에 가 보면, 70대에도 일을 하는 사람들이 흔하게 마주친다. 상당수 노인들이 소소한 일을 통해 경제적 안정을 얻고 있다. 경제 활동을 하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몸을 움직이는 덕분에 건강 수명을 늘리는 장점도 있다. 물론, 정년 후 고령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기업의 관리직이나 고도의 전문직에 취업한 뒤 평생 업무로 계속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현역 시절 모은 저축으로 여유 있는 여생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필사적으로 일해야 하는 사람도 꽤 많다. 2020년 기준, 일본 임금 소득자들의 평균 연 수입은 436만4,000엔이다. 60세 이후 취업자의 연 평균 수입은 60대 전반이 357만 엔, 60대 후반은 256만 엔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100세에도 활기 있게 살아가는 3대 비결
공영방송인 NHK가 100세 이상 노인 100명을 조사한 ‘초인열전(超人列傳)’은 노후 활동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들 건강하게 장수하는 100세 노인들의 공통점은 크게 세 가지로 조사됐다.
첫째, 장수의 핵심은 건강한 식생활 습관이다.
둘째, ‘초코카츠’이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조금씩 자주 몸을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셋째, 최고 장수 비법은 ‘츠나가리(Social Relations∙사회적 관계)’였다.
의료진의 연구 결과, ‘사회적 관계(SR)’를 늘리면, 노화와 병을 불러오는 ‘염증(炎症) 유전자’가 줄어들어 노화 억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노인들은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관계를 즐기고 있다. 101세 할머니의 경우 지금도 화장품 외판원으로 사회 생활을 한다. 고객을 만나 상품을 설명하고, 얘기하는 일 자체가 너무도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101세 할아버지는 지금도 주 6일을 고령자 시설에서 간병(노인 돌봄) 업무를 한다. 또 다른 100세, 105세 할머니는 매일 수영을 하고, 사교댄스학원에서 댄싱을 즐긴다. 이들 100대 장수 노인들은 하루하루 ‘살아 가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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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아야
요즘 일본 고령자들은 다양한 ‘로카츠’(老活)를 즐긴다. 대다수 일본 노인들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현재 노후 생활을 충실히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 연구자로 유명한 와다 히데키 의사(정신과)는 “노후 활동은 리스크를 ‘제로(0)’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리하지 않고 계속 활동하는 것” 이라면서 “인간은 스스로가 판단하고, 선택한다는 느낌이 들 때 마음과 뇌에 적정한 긴장이 생겨 노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와다 의사는 올 4월 펴낸 <100세까지 활기 있게 사는 ‘로카츠’ 요령>에서 나이가 들었다고 ‘현재’를 희생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한다. ‘미래 대비’ 보다 ‘지금 어떻게 살 것인가’가 고령자들에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노인들이 안전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재 생활’을 지나치게 억누를 경우 체력이나 감각이 쇠퇴해져 뇌의 전두엽을 사용할 기회가 줄어든다. 그는 “평생을 조심조심 살아온 고령자일수록 빨리 활기를 잃는 경우가 많다” 며 “안전을 위해 노후 생활을 억제하면, 행동 범위가 좁아지고 기력이 떨어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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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후를 위한 ‘로카츠’ 행동 요령
첫째, 잘 먹고, 잘 자고, 즐겁게 웃는 생활이 중요하다.
고령을 이유로 좋아하던 것을 그만두는 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식사량, 수면 시간, 웃는 행위는 뇌와 호르몬 분비에 아주 중요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둘째, 인간의 ‘사고(思考)’를 굳게 만드는 ‘텔레비전병’에 주의해야 한다.
멍하니 앉아 텔레비전만 보지 말고, 신문과 책, 인터넷을 통해 정보 습득을 꾸준히 해야 한다.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뇌의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
셋째, 몸을 늙지 않게 만드는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
건강한 식생활과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종합 의료 진단을 정기적으로 받는 게 좋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의 노화를 피할 순 없지만, 영양과 체력 관리를 통해 최대한 노화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고령자들은 인공지능(AI) 활용을 못한다는 의식을 버려야 한다.
IT(정보통신)는 도구이며, AI는 자신의 동료라는 의식이 필요하다.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잘 활용하면, 노후에도활동 폭이 넓어지고, 안전한 생활에 유용하다.
다섯째, 고령자들에게도 ‘미래’가 더 의미 있다.
남은 여생을 어떻게 보낼지, 최우선 순위를 재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평상심을 가지고 자신의 목표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여섯째,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부부이든, 친구이든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적절한 거리를 가지는 게 좋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까운 사람들과 적절한 거리를 지키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핵심 비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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