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투자와연금 뉴스레터 구독자 님께 🤗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올해 장마는 유독 세차게 비가 쏟아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쨍쨍하게 개기를 짧게 반복하고 있는데요. 종잡을 수 없이 변덕스러운 요즘 날씨를 보고 있으면, 최근 오르고 내리는 폭이 크고 변덕스럽게 움직이는 우리 증시가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이토록 커질 때, 조급한 마음에 레버리지 상품에 손을 대거나 잦은 매매를 반복하게 되면 오히려 장기 수익률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세찬 비가 올 때는 잠시 비를 피하듯, 연금 자산 관리에서도 한 걸음 물러서서 원칙을 지키는 단단함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오늘 소개해 드릴 글은 전 세계 모든 산업을 다 집어삼키겠다고 나서고 있는 중국의 매서운 행보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느새 국내에서도 비와디(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의 존재감이 급격히 커진 데다, 반도체 분야 역시 CXMT가 세계 D램 시장 4위까지 치고 올라오며 우리 산업을 위협하고 있는데요. 이 거대한 판도 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할지 날카로운 시선을 담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온통 인공지능(AI)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조용히, 그러나 무섭게 주목받고 있는 인도의 소식까지 알차게 준비했습니다. 날씨는 흐리지만,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는 구독자님의 안목만큼은 투명하게 개이길 기원합니다. 😀
From 가방 안에 작은 우산을 챙겨넣으며 운용감, 연금화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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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모든 산업을 다 하겠다고 나서면 우리는?
👉글 : 한우덕 선임기자 / 중앙일보 차이나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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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에 등장하는 기업은 추천종목이 아니며, 중국 산업을 해설하기 위한 예시로 사용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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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3년 여름이었다. 영국 국왕 조지 3세의 특사 조지 매카트니가 청나라 황제 건륭제를 만난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황금상자에 조지 3세의 친서를 담아 들고 갔다. 요구는 간단했다. ‘광저우(廣州)항 말고 다른 항구도 열어달라, 베이징에 상주 공관을 두게 해달라.’ 영국은 무역이 하고 싶었다.
"천조(天朝)는 물산이 풍부하여 없는 것이 없다(天朝物產豊盛, 無所不有)."
건륭제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자급자족하는 나라이니, 변방과 교역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중화사상의 발로다. 매카트니는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50여 년 후 아편전쟁이 터졌고, 중국은 '굴욕의 세기'를 보내야 했다.
지금, 그 ‘자족의 꿈’이 다른 언어로 되살아나고 있다. 중국은 그들 특유의 ‘국내 완결형 공급망’을 짜는 중이다. 중국에서 모든 걸 조달하고, 생산하는 생태계다. ‘위대한 중화 민족의 부흥’과 괘를 같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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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산업을 다 하겠다고 나서는 중국
공급망은 두 갈래로 뻗는다. 하나는 수직적으로, 다른 하나는 수평적으로… 수직 공급망 구축은 한 제품의 생산 과정 전체를 중국 안에서 모두 끝내는 것이다. 소재-중간재-완성품 등에 이르는 각 단계의 기술이 고루 갖춰졌기에 가능한 얘기다.
전기차가 그 대표 사례다. 리튬을 캐고, 배터리 셀을 만들고, 엔진을 조립하고, 완성차를 출하하기까지의 전 과정이 중국 안에서 완결된다. 배터리 기업 CATL은 세계 시장의 37%를 쥐었다. BYD는 배터리부터 차체까지 직접 만든다.
그 수직 공급망에 한국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중 양국 사이에는 그동안 중간재 교역이 활발했다. 우리가 기술 수준이 높은 중간재를 생산하고, 중국은 노동력을 활용해 완성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젠 어지간한 중간재는 중국이 다 한다. 한국 기업들이 납품하던 양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 배터리의 핵심 중간재들을 중국이 직접 만든다.
수평 공급망은 산업 스펙트럼의 문제다. 중국은 완구에서 시작해 백색 가전, 자동차, 조선, 심지어 반도체까지 못 만드는 게 없다. 모든 산업을 중국이 다 하겠다고 나선다.
세계에서 팔리는 장난감 4개 중 1개가 쩌장(浙江)성 이우(義烏)에서 나온다. 유럽과 미국에서 팔리는 장난감의 80%가 여전히 중국산이다. 지난해 이우의 수출액은 전년대비 17%나 증가했다. 대 미국 수출은 줄었지만 유럽이나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으로의 선적은 늘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압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드론은 더 충격적이다. 소비자용 드론 시장의 90%, 기업용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중국 기업들이 장악했다. 조선(造船)도 마찬가지다. 2025년 중국은 세계 선박 발주 물량의 60%이상을 쓸어 담았다. 태양광 패널은 전 세계 생산의 80% 이상이 중국산이다.
이젠 반도체도 하겠다고 나선다. CXMT(長鑫科技)는 2년 만에 세계 DRAM 시장 점유율 4위로 뛰어올랐다. 삼성·SK하이닉스가 AI칩(HBM)에 몰두하는 사이, 중국은 범용 메모리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자기 완결형 공급망이 반도체에까지 닿은 것이다. 건륭제가 꿈꿨던 ‘중화 자족’의 현대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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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는 거지가 된다?
중국의 자기 완결형 공급망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학에 '이웃 궁핍화(Beggar-thy-neighbor)'라는 개념이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교역 상대국을 가난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환율 조작이나 덤핑 수출이 대표적 수단이다. 지금 중국이 꼭 그 모양새다.
전통 경제학은 산업 발전에 순서가 있다고 가르친다. 한 나라의 소득이 높아지면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임가공 산업은 다음 단계 나라로 넘어간다. 일본이 먼저 했고, 한국이 그걸 받았고, 중국이 또 이어받았다. 그 다음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의 차례다. 그게 글로벌 분업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런데 그 흐름이 중국에서 끊겼다. 완구, 의류, 가전, 조선 등 저부가가치 산업을 아래 나라에 넘기지 않고 혼자 다 틀어쥐고 있다. 베트남도, 인도네시아도, 미얀마도 피해자다. 이웃들에게는 ‘떡고물’도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과잉생산이다. 중국 경제의 고질 중 하나가 내수 위축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갑은 더 굳게 닫힌다. 그럼에도 기업은 제품을 찍어낸다. 덤핑(dumping) 수출이 그래서 나온다. 태양광 패널 가격이 폭락한 것도, 중국산 철강이 세계 시장을 교란하는 것도, 전기차가 유럽 시장에 반값으로 쏟아지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건륭제는 "우리는 없는 게 없다"고 했다. 지금 중국은 한 발 더 나가 "우리가 다 만들어 더 싸게 팔겠다"고 한다. 이웃이 거지가 되든 말든 말이다.
문제는 우리다. 한국이 그 ‘거지 이웃’이 되고 있다.
석유화학이 먼저 쓰러졌다. 중국은 이미 세계 1위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췄고,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그 물량이 한국으로 밀려들었다. 한국 석유화학의 연간 대중(對中) 수출액은 최근 3년 사이 30%나 줄었다. 버티다 못한 롯데케미칼이 110만 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멈춰 세웠다. 철강도 비슷한 처지다.
한국 자동차는 중국 시장에서 밀려났는데, 중국 BYD는 국내 전기차 시장으로 달려 나온다.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거나, 그들의 제품이 밀려오면 한국 관련 산업은 여지없이 존폐의 위기를 맞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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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설 자리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서방 공급망에서 핵심 자리를 굳혀야 한다. 미·중 패권 전쟁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공간을 열어주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려 할수록, 그 빈자리를 채울 나라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열린 공간이다. 미국의 대중 첨단 기술 압박은 우리에게 숨돌릴 시간을 주기도 한다.
반도체가 대표적인 분야다. 삼성·SK하이닉스의 HBM은 미국 AI 공급망의 대체 불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중국 배터리를 밀어내는 자리에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가 들어가고 있다.
바이오도 기회다. 미국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우시앱텍 등 중국 바이오 기업을 직접 제재 대상으로 지목했다.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중국 위탁생산(CMO)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이 채울 수 있는 공간이 거기에 있다.
경제의 시선을 넓혀야 한다. 유럽, 일본 등과의 공급망 정합(整合)을 모색하고, 점점 중국의 앞마당으로 변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 대한 전략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중국 공급망을 등져선 안 된다. 중국 공급망에도 우리가 파고들 공간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정밀 의료기기가 그중 하나다. 중국은 첨단 진단 장비, 수술 로봇, 고도화된 체외진단(IVD) 기기에서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높다.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그 수요는 더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소재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범용 소재는 다 만들지만, 탄소섬유 복합재·고기능성 필름·첨단 코팅소재 같은 고부가 특수 소재는 아직 한국·일본에 의존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정밀화학·기능성 소재 분야에서 중국이 못 만드는 것, 그것을 찾아서 집중해야 한다.
중국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깔보고 무시하고, 무섭다고 돌아선다면 중국은 더 위협적인 존재로 우리 곁에 다가올 뿐이다.
위기이자 기회를 헤쳐나가는 법
중국의 자족 공급망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생태계 고립을 자초할 수있다. 경쟁을 차단한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버틴 사례는 역사에 드물다. 건륭제의 자족 선언은 ‘100년의 치욕’으로 이어졌지 않았던가. 지금의 중국이 그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글로벌 공급망이 쪼개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점점 ‘서방 공급망 VS. 중국 공급망’의 모양새다. 공급망 분절(分節)은 되돌릴 없는 트랜드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단 하나, 기술 뿐이다. 기술이 있다면 우리는 공급망의 연결자(Hub)가 될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이놈 저놈 와서 치고가는 동네북 신세가 될 뿐이다. 그러니 공급망 분절은 위기이자 기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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