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금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산의 크기에 집중한다. 10억원짜리 집에서 살다가 20억원짜리 집으로 옮기면 금융자산을 보태서 산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산이 늘어난 것처럼 느끼는 것같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얼마짜리 집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매달 얼마의 현금이 들어오느냐이다.
거주주택과 임대주택을 처분하고 세금과 거래비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금을 20억원짜리 집에 넣었다고 가정해 보겠다. 그 집의 환경은 이전보다 나아질 것이다. 더 좋은 입지, 더 넓은 평수, 더 편리한 생활환경도 누릴 수 있을 것이고 물론 이것도 큰 가치이다.
하지만, 20억원짜리 집이 매달 생활비를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집값이 높아질수록 보유세와 관리비, 향후 수선비 등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집값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팔지 않는 이상 당장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생기지는 않는다.
은퇴 후에는 매달 일정한 돈이 필요하다. 식비와 공과금 등 고정지출은 물론이고 의료비, 보험료, 경조사비, 여가생활비 등 은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생활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부동산 자산이 많으신 사람들은 건강보험료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필자는 은퇴설계를 할 때 자산의 규모보다 현금흐름을 먼저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은퇴 후에는 자산부자보다 현금흐름부자가 갑(甲)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두 채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방향으로 은퇴설계를 하면 될까?
은퇴 후에는 자산부자보다 현금흐름부자
첫째, 부동산평가액에 집착하면 안된다.
자산은 많지만 생활비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부동산 가격이 30억원이고 금융자산도 조금 있지만, 특별한 소득이 없는 경우이다. 겉으로 보면 상당한 자산가이다.
하지만 매달 500만원 이상의 생활비가 필요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집을 팔지 않는 한 생활비는 계속 다른 곳에서 마련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의 평가액이 아니라 생활비를 만들어 내는 구조이다. 매달 또는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현금이 있어야 은퇴 후 생활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둘째, 세금만 보고 부동산 계획을 세우면 안된다.
부동산을 팔거나 증여할 때는 당연히 세금이 중요하다. 양도소득세가 얼마인지, 증여세가 얼마인지, 보유세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는 반드시 계산해야 한다. 하지만 세금을 줄이는 것 자체가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양도소득세가 부담스럽다고 해서 계속 보유하는 것이 좋은 선택인지, 반대로 세금을 아끼기 위해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 가족 전체의 자산관리 측면에서 유리한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증여한 뒤 남은 자산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지탱해 줄 것인가이다.
셋째, 임대주택을 처분한다면, 돈의 일부는 꼭 남겨두어야 한다.
자동말소되는 임대주택을 무조건 처분하는 것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예상되는 세금부담과 임대수익률, 향후 부동산 가치, 본인의 자금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유나 매각, 증여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임대주택을 처분한다면 그 돈을 모두 새로운 거주주택에 넣는 것이 좋은 선택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거주주택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옮기더라도 모든 자금을 집에 넣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는 금융자산으로 남겨 두고, 그 자금을 연금이나 정기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자산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주택은 투자자산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산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조금 특별한 자산이다. 가격이 오르면 자산가치가 높아지지만, 그 집에서 발생하는 현금은 없다. 오히려 더 좋은 집, 더 큰 집으로 갈수록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커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거주주택을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 달라져야 한다.
젊을 때는 직장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타는 것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있다.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고, 부족한 현금은 다시 벌어서 채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한번 집에 들어간 큰돈을 다시 꺼내 쓰기 위해서는 집을 팔거나 대출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은퇴를 앞둔 시기에는 집의 크기보다 은퇴 후 현금흐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