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브리콘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나
지구 지질사에서 캄브리아기는 대략 5억 4,000만 년 전에 시작해 4억 8,000만 년 전에 끝난다. 폭발적인 생명 진화가 진행되던 때였다. 척추동물의 개체 수가 무척추동물을 추월한 시기이기도 하다. 학자들은 ‘생명 폭발’이라는 말로 이 시기를 규정한다.
캠브리콘은 그래서 지어진 이름이다. 회사의 중국어 이름인 ‘한우지(寒武紀)’는 영어 ‘Cambrian’의 중국어 표현이다. 회사의 영문 이름 캠브리콘(Cambricon)은 캄브리아기(Cambrian)+실리콘(silicon)’에서 따와 만들었다.
이 회사의 풀네임은 '중커한우지커지(中科寒武紀科技)'다. 여기 '중커(中科)는 중국과학원을 뜻한다. 중국과학원은 국무원(정부) 직속의 최고 종합 학술 연구 기관. 국가 과학기술 전략을 수립하고, 인재를 배양하는 연구 집단이다. 산하에 중국과기대학(학부 과정), 중국과학원대학원(석박사 과정), 상하이과학기술대학 등을 두고 있다. 모두 이공계 최고 수준의 명문 대학이다.
이름에 ‘중국과학원’ 약칭이 들어갔다는 건 캠브리콘이 이 연구 기관과 관련 있다는 걸 뜻한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는 창업자 천톈스(陳天石)와의 관계다.
캠브리콘은 지난 2016년 천윈지(陳云霽)와 천톈스 형제가 공동 창업했다. 천재 형제였다. 형 윈지는 남들은 18살이 되어야 들어가는 중국과기대를 14살에 입학했다. 동생 역시 형을 따라 16살에 같은 학교에 들어갔다. 당시 그들은 '대단한 천재 형제’로 언론에 회자하기도 했다.
형은 과기대 졸업 후 석박사 과정인 중국과학원대학원 컴퓨팅기술연구소(計算技術硏究所)로 진학했다. 동생도 뒤 따랐다. 중국과학원의 굴레에서 성장한 것. 둘은 함께 컴퓨팅기술연구소에서 공부하면서도 연구 분야가 조금 달랐다. 형은 주로 반도체를, 동생은 AI 로직을 연구했다.
형제는 2015년 딥러닝 전용 AI 칩인 'A1'을 개발했다. 형의 반도체 지식, 동생의 AI 연구가 결합한 산물이다. 형 윈지는 그해 미국 MIT 공대가 선정한 '35세 이하 글로벌 혁신 인사 35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형과 동생은 2016년 창업하기로 뜻을 모았다. 물론 ‘A1’가 기반이다. 동생 톈스가 CEO를 맡았고, 형 윈지는 최고과학자(CSO)로 참여했다. 중국과학원이 창업 자금을 댔다. 이름에 ‘중커(中科)’가 들어간 두 번째 이유다.
형 윈지는 2018년 그가 좋아하는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회사를 떠났다. 그는 모교인 중국과학원 컴퓨팅기술연구소에서 부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술 자문 자격으로 여전히 캠브리콘과 인연을 맺고 있다.
CEO 천톈스가 지분의 약 35.9%를 사실상 보유하고 있다(개인 지분 28.6%+지주회사를 통한 우회 지분 7.3%). 중국과학원이 여전히 15.7%의 주식을 갖고 있어 2대 주주로 등록되어 있다. 20명으로 시작한 개발팀은 지금 680명으로 늘었다. 전체 직원의 80%가 개발인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