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를 쓰고 금을 사 모으는 이유
자, 이제 금 얘기할 때가 됐다.
여전히 광풍(狂風)이다. 국제 금값은 온스당 5,0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금은 언제나 글로벌 금융 패권 전쟁의 한가운데 있었다. 19세기 대영제국의 파운드화도, 20세기 ‘팍스 아메리카나’를 지탱한 달러화도 그 신뢰의 뿌리는 결국 금이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을 터, 국제 금 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사활을 걸고 벌이는 ‘글로벌 화폐 전쟁’의 화약 냄새가 짙게 풍겨온다.
중국의 현재 공식 금 보유량은 약 2,306t. 미국의 8,133t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증가 속도는 가히 ‘파죽지세(破竹之勢)’다. 지난 2022년 10월 이후 꾸준히 매입량을 늘려왔다. 현재 중국의 보유 외환 내 금 비중은 약 8.5% 수준. 유럽(60~70%)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이는 역설적으로 ‘앞으로 더 사들일 공간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중국은 이 비중을 조만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국 국채는 ‘헌신짝’이다. 한때 1조3,167억 달러(2013년)를 쥐고 미국의 뒷배를 자처했던 중국이다. 하지만 트럼프 1기 무역 전쟁이 발발한 2018년 이후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60%나 급감하며 현재 6,000억 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달러를 포기하고 금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금을 더 많이 모아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치밀하게 위안화 국제화를 준비하고 있는 중국은 석유 등의 거래에 사용할 국제 결제 통화를 주도적으로 만들고 있다. 통화 이름 ‘유닛(UNIT)’이 그것. 유닛은 금을 기반으로 한 통화다. 가치의 40%를 실물 금에, 나머지 60%는 브릭스 회원국(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통화 바스켓에 연동했다. 금 포지션이 많은 나라가 유닛 시스템 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마련. 중국과 브릭스 회원국들이 기를 쓰고 금을 사 모으는 이유다.
‘유닛’ 통화의 태동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방이 러시아의 보유외환을 동결하는 ‘금융 핵 공격’을 가하자, 브릭스 국가들은 전율했다. “달러에 의존하다간 우리도 언제든 사냥감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대안 통화 시스템 구축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블록체인 기반의 ‘유닛’이다. 중국 언론은 현재 유닛이 이론 단계를 지나 ‘실전 테스트’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금은 낯설지만, 언젠가 달러만큼이나 자주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은 반격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12월 “브릭스 국가가 달러를 대체하려 한다면 그들의 수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미국 중심의 금융 질서에 도전하는 자는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엄포다. 그는 달러 패권이 무너지면 미국의 부채 체제 자체가 붕괴할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중국이 굴복할 리 없다. 정상 거래뿐만 아니라 감춰진 거래망을 통해 금 모으기에 나선다. 서방 전문기관들은 중국의 실제 금 보유량이 5500t에서 1만t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랴오닝(遼寧)성과 후난(湖南)성 등지에서 잇달아 발견된 초대형 금광들은 중국 위안화 국제화 전선에 천군만마가 되고 있다. |